[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안채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개혁'의 바톤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단 검찰에 한발 가까이 다가서는 행보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검찰 찍어누르기'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추 장관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박범계표 검찰개혁'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도 일부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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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개혁'의 바톤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단 검찰에 한발 가까이 다가서는 행보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검찰 찍어누르기'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추 장관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박범계표 검찰개혁'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도 일부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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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엔 민심이, 서초동엔 법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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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는 31일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를 찾아 "여의도에는 민심이 있고, 서초동에는 법심이 있다"며 "민심에 부응하되 법심도 경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청에 사무실을 정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준비단 인원들을 만나 "기본 자세는 겸손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자처한 박 후보자가 검찰청 안에 준비단 사무실을 꾸리기로 결정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다. 추 장관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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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는 31일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를 찾아 "여의도에는 민심이 있고, 서초동에는 법심이 있다"며 "민심에 부응하되 법심도 경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청에 사무실을 정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준비단 인원들을 만나 "기본 자세는 겸손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자처한 박 후보자가 검찰청 안에 준비단 사무실을 꾸리기로 결정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다. 추 장관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박 후보자는 준비단을 만나기 앞서 서울고검 안 기자실을 방문해 취재진에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각오랄 건 없고 서울고검 청사에 저희 인사청문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그래서 여러 법조 기자님들께 인사드리는 게 마땅하고 또 준비단 단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 상견례를 하고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이같은 행보는 검찰과의 갈등이 국정에 더이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후보자는 전날 장관 지명 직후 검찰과의 관계 형성 방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서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 '180석' 의석을 내세워 윤 총장 탄핵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박 후보자가 "서초동에는 법심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윤 총장 탄핵은 합당하지 않다며 선을 그은 상태인 데다 박 후보자 역시 법치주의 정신에 충실한 제도적 개혁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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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충돌 여부…'인사 협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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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가 추 장관과는 달리 '시끄럽지 않은' 검찰개혁을 추진한다고 해서 법무부와 검찰 간 해빙 무드가 기대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추 장관이 수직적 상하관계를 내세워 무작정 힘으로 누르려 해 검찰 조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면 박 후보자는 절차적 허점 없이 명분은 지켜나가되 국회의 제도 보완을 지원해 나가는 쪽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1차적으로 검찰 정기 인사에서 윤 총장과의 충돌 여부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청문회가 신속하게 마무리되면 다음달 말이나 2월 초 단행될 인사에서 박 후보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 협의권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은 데다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을 하급자로 모욕주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킨 측면이 있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과거엔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압박을 폭로한 후 좌천당하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응원했다. 윤 총장을 '형'이라고 지칭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오래했던 박 후보자와 윤 총장 간 교류가 지속됐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조국 수사'로 윤 총장이 여권에서 멀어지면서 박 후보자와도 소원해진 걸로 보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 후보자는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호통치차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지 않냐"고 받아쳤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그래도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며 "예전만큼 편한 사이는 아니겠지만 검찰에 필요한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면 못만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잘 준비해서 청문회장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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