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를 놓고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프랑스가 미국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稅) 부과를 잠정 중단한 지 약 1년 만에 세금 부과를 통보했고, 미국은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고 100%의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디지털세뿐 아니라 불법 보조금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해묵은 이슈마저 다시 부각되며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글로벌 IT 기업에 디지털세 징수를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1월 프랑스와 미국이 각각 디지털세 부과와 보복 관세를 잠정 유예하기로 합의한 지 11개월 만에 '휴전'이 끝난 것이다. 당시 양국은 협상 시한을 연내로 잡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IT 기업 과세를 위한 국제표준을 협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최종 합의 시점이 2021년 중반으로 밀리자 프랑스가 먼저 칼을 빼 든 것이다.
디지털세 과세 대상은 프랑스 내 매출 2500만유로, 전 세계적으로 7억5000만유로 이상인 글로벌 IT 기업으로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올린 매출 가운데 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미국은 디지털세 징수에 맞서 1월 6일부터 13억달러 상당의 프랑스산 핸드백, 화장품 등 수입품에 최고 100% 추가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분쟁 전선이 '미국 대(對) 세계' 구도로 확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계 IT 시장을 석권한 기업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2019년 7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세를 도입한 이후 다른 EU 회원국과 영국, 인도, 브라질 등도 줄줄이 미국 IT 기업을 겨냥한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 WSJ는 "이탈리아와 영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역시 몇 달 내에 디지털세 징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은 이들 10개국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비슷한 관세를 적용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통상 갈등이 더 크게 불거질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를 지낸 메이널 코윈은 "서로 '이만하면 됐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미국과 세계 각국이 치열한 통상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대표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어버스의 보조금 관련 불씨도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프랑스·독일산 항공기 부품과 프랑스산 코냑, 독일산 포도 증류주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10월 EU가 미국산 항공기, 트랙터 등에 40억달러 규모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맞대응 조치다. 이번 관세를 매기는 시점과 액수 등 세부 내용은 추후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퇴임 직전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31일(현지시간) 공개서한에서 미국 측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 "이 논쟁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고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바이든) 미국 신임 정부와 가능한 한 빨리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도 추가 관세에 반발하고 "USTR 결정에는 미국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만드는 항공기 부품도 포함된다"며 "모든 면에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잇따라 불거진 무역분쟁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긴급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 복귀'를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디지털세를 비롯한 각종 통상 이슈와 관련해 국제적 수준의 타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