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에만 의존해 사진관 사라지는 아쉬움도… 사진업계에는 '위기의 그늘']
# 지난 1월 정모씨(28·여)는 대학동창끼리 20대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셀프스튜디오를 찾았다. 7명이 다양한 콘셉트의 세트장에서 옷을 맘껏 갈아입으며 3시간 촬영하는 데 든 비용은 총 15만원. 촬영은 친구 오빠가 해줬다. 정씨는 "결과물도 만족스러웠지만 촬영 과정이 더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구모씨(34·여) 예비부부는 커플사진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을 했다. 메이크업과 헤어, 한복과 웨딩드레스 대여, 대형 커플사진 3장에 든 비용은 총 22만원. 구씨는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서 웨딩촬영을 생략하고 이곳에 왔는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 지난 1월 정모씨(28·여)는 대학동창끼리 20대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셀프스튜디오를 찾았다. 7명이 다양한 콘셉트의 세트장에서 옷을 맘껏 갈아입으며 3시간 촬영하는 데 든 비용은 총 15만원. 촬영은 친구 오빠가 해줬다. 정씨는 "결과물도 만족스러웠지만 촬영 과정이 더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구모씨(34·여) 예비부부는 커플사진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을 했다. 메이크업과 헤어, 한복과 웨딩드레스 대여, 대형 커플사진 3장에 든 비용은 총 22만원. 구씨는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서 웨딩촬영을 생략하고 이곳에 왔는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셀프스튜디오(렌탈스튜디오), 이미지프로필스튜디오 등 '이색 스튜디오'가 인기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위기에 직면한 사진관이 특별한 장소를 제공하며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대중화에 따른 새로운 놀이문화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사진업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찍기의 진화… 새로운 놀이문화로
사진찍기의 유행은 시대마다 변화했다. 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입돼 유행하던 '스티커사진'은 현재 대형마트나 놀이공원 등지로 밀려난 상황. 예쁘게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자유스럽게 찍는 '스타샷'은 하나의 '놀이'로 90년대 후반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 흔적만 남았다.
'명동 스타샷' 대표 김성숙씨(여·50)는 "7~8년 전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사진기 보급으로 스타샷 인기가 떨어져 현재는 본사마저 문을 닫은 상태"라며 "일본인 관광객으로도 유지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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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연인, 가족들과 부담없이 셀프스튜디오를 찾아 추억을 남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 세컨드스튜디오 제공) |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자 사진 찍을 공간만 제공해 고객들이 촬영에서 보정, 인화까지 스스로 하도록 돕는 셀프스튜디오(렌탈스튜디오)가 생겨났다. 이용료가 시간당 5만원 내외로 저렴해 돌사진과 가족사진, 우정사진까지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셀프스튜디오에서 누나 친구 아들의 돌사진 촬영 알바를 해준 김평화씨(26)는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명 세팅을 집에 갖추긴 어렵다"며 "아는 사람이 찍어주니 교감도 잘 되고 2시간 동안 찍은 만큼 가져갈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고 평가했다.
만화주인공 코스튬, 이브닝드레스 등 이색 소품을 제공하는 이미지프로필사진관도 인기다. '신데렐라 스튜디오' 대표 박민수씨(50)는 "미리 준비할 필요 없이 몸만 오면 의상 메이크업을 원스톱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공주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게 차별요소다.
◇이색사진관, 사진업계 '위기'의 그늘
셀프스튜디오의 유행은 사진업계로는 위기의 단면이다. 사진관이 인테리어와 소품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해질수록 사진가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무분별한 상업화의 부작용이 소비자에게 미치기도 한다.
'세컨드스튜디오' 대표 정희주씨(33)는 "불경기에 임대료와 유지비를 줄이려는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들과 쇼핑몰 창업자들을 따라 셀프로 업종을 바꿨다"면서 "일반인들의 방문도 늘어 났지만 여전히 수입 절반은 쇼핑몰 촬영"이라고 했다.
2008년쯤 신사동에서 생겨난 렌탈스튜디오는 이후 홍대, 동대문 부근으로 퍼졌다. 자본금만 있으면 너도나도 사진관을 차렸다. 결과는 사진 단가와 부가가치의 하락.
박민수씨는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자본가들이 사진관을 우후죽순으로 내면서 사진 한 장이 5만원에서 5000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셀프스튜디오 봄' 대표 김원철씨(39) 역시 "최소기준도 없이 가격, 서비스를 떨어뜨리다보니 남는 게 없다"며 "1~2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성장앨범을 계약했다가 중도에 업체가 망해 손해보는 고객도 상당수라고 했다.
김성숙씨는 "대형마트에 반값 사진관이 들어서면서 기존 사진관 절반이 망했는데 당시엔 문제제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이촌동에서 18년째 '한강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윤희천씨(49) 역시 "전통시장 살린다는 정부가 전국에 몇 개 안 되는 사진관 생존엔 신경을 안 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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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체험을 하는 놀이공간으로 이미지 셀프스튜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신데렐라스튜디오 제공) |
◇사진관의 미래는?
사진관의 '좋은 시절은 지났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직원 6~7명이 소풍, 수학여행, 결혼식까지 따라다니던 '한강스튜디오'엔 현재 사장 1명만 남았다. 하지만 '사진 찍기' 좋은 시절이 끝난 건 아니다.
윤희천씨는 "가족사진 등 전문적 촬영 방식이 '인스턴트' 촬영에 비해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방식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 취향을 강요할 수 없다"면서 "사진이 대중화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며 좋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전문 사진가'는 여전히 필요하다.
박민수씨는 "증명사진에 관한 한 10년~20년 찍어온 전통사진가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철씨도 "아이 사진을 직접 찍겠다고 나섰던 부모들도 막상 퀄리티가 안 나와 전문촬영을 의뢰하는 경우가 70% 이상이다"며 "여전히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정희주씨는 "셀프스튜디오는 성장 여지가 남아있지만 앞으로는 거품이 빠지고 퀄리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 사진관과 이색사진관이 공존할 수 있는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범 한국프로사진협회 서울지부장은 사진업계 3분의 2가 고사한 현재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부장은 "현재 사진관 70%가 영세 사업자"라면서 "여권사진 무료화를 폐기하고 여권사진 6개월 이내 촬영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증명사진에 촬영날짜를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대안 스튜디오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취향에 맞게 나온 것이지만 전통사진 하는 사람들은 맥이 다르다"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 발전시켜온 한국의 전통 촬영기법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연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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