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과 서울고·지검장 등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자와 주요 수사지휘부가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장악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법연수원 기수 서열을 중시하는 법조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개혁' 완수를 걸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수원 동기들이 윤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주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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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과 서울고·지검장 등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자와 주요 수사지휘부가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장악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법연수원 기수 서열을 중시하는 법조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개혁' 완수를 걸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수원 동기들이 윤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주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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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이형" 부른 그들…'검찰개혁' 마주한 연수원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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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이어 판사 출신으로 검찰개혁 과제를 이끌게 됐다. 역시 판사 출신으로 임명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함께 법무부 '투톱'을 이뤄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과의 갈등을 풀어낼 숙제를 안게 됐다. 갈등의 극단에서 마주하게 된 세 사람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연수원 23기 동기라는 점이다.
판사와 검사로 직역이 나뉘기 전 사법연수원 생활을 통해 친분을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알려진 바 있다. 박 후보자는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압박을 폭로한 후 좌천당하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응원했다. 윤 총장을 '형'이라고 지칭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오래했던 박 후보자와 윤 총장 간 교류가 지속됐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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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이어 판사 출신으로 검찰개혁 과제를 이끌게 됐다. 역시 판사 출신으로 임명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함께 법무부 '투톱'을 이뤄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과의 갈등을 풀어낼 숙제를 안게 됐다. 갈등의 극단에서 마주하게 된 세 사람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연수원 23기 동기라는 점이다.
판사와 검사로 직역이 나뉘기 전 사법연수원 생활을 통해 친분을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알려진 바 있다. 박 후보자는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압박을 폭로한 후 좌천당하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응원했다. 윤 총장을 '형'이라고 지칭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오래했던 박 후보자와 윤 총장 간 교류가 지속됐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 차관 역시 올 초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나면서 법무부 간부들과 윤 총장 자택을 찾아 뒷풀이성 술자리를 가졌던 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석열이형, 조국 수사 왜했느냐"며 원망섞인 하소연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차관은 윤 총장 징계위원회을 앞두고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 징계 주도권을 넘겨받는 역할을 부여받아 긴급 투입됐다. 추 장관 교체 시 차기 장관으로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되기도 했다. 그러나 택시기사 음주폭행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총장과 공수가 바뀌게 됐다. 현직 차관 신분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또한번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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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견제' 목적 23기 검찰 요직 두루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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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 직전 법무부 차관을 지낸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은 검찰 출신이지만 역시 연수원 23기다. 윤 총장보다 반년 늦은 2018년 2월 검사장에 오른 그는 올초 추 장관 부임 후 윤 총장 견제 차원에서 단행한 인사에서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돼 유재수 전 부산시장 관련 사건 등을 처리했고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추 장관이 '포스트 윤석열' 체제에서 검찰 조직을 수습할 총장 대행으로 고 전 차관을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 전 차관은 연수원 동기인 윤 총장의 징계 부당함을 주장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고 전 차관을 비롯해 연수원 23기에선 유독 검찰 요직을 두루 배출했다. 우선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배출한 기수가 됐다. 직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연수원 18기로 5기수를 건너뛰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세명이나 나왔다. 배성범·윤석열·이성윤 등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으로도 거론돼왔다. 만일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으로 지명되면 한 기수에서만 두 명의 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차기 총장 후보 자리로 여겨지는 대검 차장검사도 강남일·구본선 고검장 두 명이 나왔다. 최근 정진웅 광주차장검사 독직폭행 기소로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고검의 조상철 서울고검장도 23기다.
과거 연수원 23기는 검찰 내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기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연수원 23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로 간 23기 동기들은 당시 나이도 많은 편이었고 앞서 21기나 22기들에 비해서 딱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아니었다"며 "중앙지검장이 세명이나 나오고 검찰총장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내 23기의 약진은 윤 총장의 검찰총장 임명과 함께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섯 기수를 뛰어넘는 기수 파괴 인사와 함께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 가능성을 윤 총장 기수 동기들의 중용으로 견제하려는 포석에 따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한 기수 내 '과두 체제'를 꾀했단 분석이다.
연수원 23기 출신의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법무장관, 차관, 총장, 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모두 한 기수가 동시에 하고 있는 건 유일무이한 일"이라며 "한마디로 난세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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