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반기 나눠 2차례 실시…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
1월 말 시험 위해 의료법 시행령 개정…"불가피한 결정"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 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로 치르기로 했다.
이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인력 공백 방지를 위한 조치지만, 앞서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사실상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내년 응시 취소자 포함 6천명 실기 시험…시험 운영 부담 완화"
보건복지부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2021년도 의사 국시 시행 방안과 관련해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하반기(9월∼)에만 치러져 왔는데 시험 기회를 한 차례 더 늘린 것이다.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면서 내년도 신규 의사는 물론 공중보건의(공보의)까지도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2021년 의사 국시 시행 방안은? |
복지부는 2차례 실기 시험 실시 배경에 대해 "내년에는 당초 인원 3천200명과 응시 취소자 2천700여 명을 합쳐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기 시험을 진행해야 함에 따라 시험 기간 장기화 등 시험 운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다"면서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적 소명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응급환자 치료와 취약지 의료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국시에 합격한 신규 의사는 총 3천25명이다.
복지부는 시험 대상자 3천172명 가운데 응시 거부자를 제외한 423명만 시험을 치른 만큼 당장 2천700여 명의 인력 공백이 생기고 공중보건의(공보의) 또한 38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문에 답변하는 윤태호 방역총괄반장 |
◇ "불가피한 결정" 입장에도 논란 예상…의료법 시행령도 개정해야
복지부는 추가 시험 기회를 주되 올해 응시자와는 차이를 두기로 했다.
우선 내년 1∼2월 실기시험에 응시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인턴 전형 시 지역·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충원 시급성을 고려해 비수도권 및 공공병원 정원 비중을 확대해 뽑을 예정이다.
이 실장은 "공공의료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 내년도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며 거듭 국민적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복지부 스스로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있어 국민적 공감대 없이 기회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날로 심화하고 있고, 공공의료 분야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필요성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를 고려할 때 국민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인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 실기 시험을 위해 의료법 시행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시험을 실시하려면 시험 실시 90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 1월에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의료 인력의 긴급한 충원이 필요한 경우 공고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오늘 중으로 입법예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 입장에서는 그간 국시 재응시를 둘러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의료계가 재응시 기회를 요구해왔지만, 학생들은 지금껏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
ye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