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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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로 문화예술 현장은 초토화됐다. 관광산업은 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관광, 예술과 유기적인 문화재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0년 한해, 온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궁궐과 조선왕릉 활용 사례가 단연 화제다.
지난 추석 연휴 궁궐을 배경으로 방송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은 전통문화를 통한 신한류 확산의 촉매제가 됐다.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의상을 입고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를 배경으로 펼친 국보급 무대는 전 세계인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해 한국문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 혁신적 문화재 행정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문화재청의 궁능유적본부다. 궁능유적본부는 2019년 1월 궁궐과 조선왕릉의 효율적 보존과 활용을 위해 문화재청 소속의 책임운영기관으로 신설돼, 이제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해외 관광객 166만 명을 포함해 535만 명이 다녀간 경복궁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관람객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새로운 형태의 공연과 전시, 축제에 도전했다.
궁중문화축전은 매년 봄에 만나던 것에서 올해는 가을에 열렸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기존에 열리던 현장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따라 축전 이래 최초로 총 30개의 프로그램을 온ㆍ오프라인으로 병행하여 비대면 시대 문화재 활용 방법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비록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축제로 다가갔다.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현장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여 약 1만 3,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온라인 콘텐츠는 궁중문화축전 누리집, 게임(마인크래프트), 유튜브, 블로그, TV 방영(KBS1)을 활용하여 약 216만의 조회 수를 달성하였다. 또한, 축전 관련 SNS(페이스북, 인스타크램, 틱톡)는 약 386만의 조회 수를 달성하여,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안전하게 즐기는 축제'의 선례를 남겼다.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조선왕릉 8개소의 숲길 개방을 시작으로 올해 22개소를 추가 개방했다. 그리고 조선왕릉에서도 문화로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유산 활용 축제를 마련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역사의 숲길을 거닐며 체험하는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가 지난 10월 올해 처음으로 열렸다.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던 문화 활동과 여가생활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약이 따르지만, 실내가 아닌 넓은 야외의 안전한 환경에서 조선왕릉문화제는 진행됐다. 방문객에게 새로운 조선왕릉 향유 방법의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했다.
문화유산을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인문지식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력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지난 9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코로나19 이후 문화유산 미래 전략’이 발표됐다.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는 “올해 BTS의 궁궐 공연을 비롯하여 궁중문화축전과 조선왕릉문화제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문화유산은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일종의 치유제가 되고 나아가 신한류 확산의 원동력이 됐음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전했다.
궁능유적본부의 초대 기관장으로 현재 궁궐과 조선왕릉의 보존ㆍ활용을 이끄는 나명하 본부장은 “올해 온라인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도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며 “궁능유적본부는 문화서비스기관으로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 확대에 이바지하고 궁궐과 왕릉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 나가는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는 궁궐과 조선왕릉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비대면 시대의 진화된 고객 서비스 뉴노멀을 제시했다. 이제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것을 넘어 미래 가치를 재창출하는 신한류의 연결자로 2021년이 주목된다.
임소라 기자 mail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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