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공 |
[OSEN=장우영 기자] 0%대부터 30%대까지. 극과 극을 오간 2020년의 KBS 드라마 형국이다.
지난해, KBS 드라마는 그 어느 때보다 풍년이었다. ‘동백꽃 필 무렵’부터 ‘왜 그래 풍상씨’, ‘닥터 프리즈너’ 등 쟁쟁한 드라마가 평일에 포진해 있었고, 주말드라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사랑은 원더풀 인생은 원더풀’이 사랑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후, KBS 드라마는 0%대부터 30%대까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평일 드라마는 울상을 지었고, 주말드라마는 웃고 있는 것.
불명예스러운 시청률 0%대 주인공은 KBS2 월화드라마 ‘어서와’다. ‘어서와’가 기록한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는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초 0%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역사를 썼다. ‘어서와’는 웹툰 원작과 신예스타들을 내세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했지만 시청률, 화제성 등 그 어떤 것도 잡지 못하며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월화드라마는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5개월 만에 8부작 드라마 ‘계약우정’으로 재개한 뒤 ‘본어게인’, ‘그놈이 그놈이다’, ‘좀비탐정’ 이 뒤를 이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수목드라마 역시 ‘99억의 여자’가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했지만 ‘포레스트’, ‘어서와’, ‘영혼수선공’, ‘출사표’, ‘도도솔솔라라솔’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나마 ‘포레스트’, ‘바람피면 죽는다’가 체면을 살렸다. 박해진-조보아 주연의 ‘포레스트’는 최고 시청률 7.4%를 기록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 박해진이 ‘내딸 서영이’ 이후 7년 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점이 화제를 모았고, 숲과 소방관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영화 ‘기생충’의 히로인 조여정의 활약 속에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은 ‘99억의 여자’에도 활약하며 2년 연속 KBS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조여정은 코믹과 스릴을 오가는 작가 강여주 역을 맡아 부진에 빠진 KBS 수목드라마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최고 시청률 5.8%를 이끌며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평일 드라마가 울상을 지은 반면,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와 ‘오! 삼광빌라!’가 버틴 주말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0%를 기록했고, 현재 방송 중인 ‘오! 삼광빌라!’ 역시 최고 시청률 31.9%를 나타내며 매주 주말 안방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다다’가 뜨거웠던 이유는 그동안 주말드라마에서 흔히 보였던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 요소 없이도 유쾌함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이정은, 이민정, 이상엽, 이초희, 이상이, 오윤아, 기도훈 등 주연부터 송다은, 오의식, 김소라, 이가연 등 조연까지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지루하지 않은 빠른 전개가 더해지면서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오! 삼광빌라’는 ‘한다다’와 달리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 삼광빌라!’는 빠른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있었다는 부분도 봐야 한다. 확진자가 나올 경우 검사는 물론,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자가격리도 불가피해 촬영과 편성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었다. 악재 속에서도 ‘계약우정’, ‘좀비탐정’ 등 8부작, 예능 드라마 등 새로운 시도를 했고, 꾸준히 진행한 ‘드라마 스페셜’은 10주년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이 호평 속에 5%대 시청률을 달리고 있고, ‘바람피면 죽는다’ 역시 조여정의 호연과 고준, 정상훈, 연우 등의 활약 속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부활의 여지는 충분하다. KBS가 내년에는 2019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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