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해방이 링컨 자비심 덕인 것으로 비쳐"
보스턴 시장 "철거동상 활용 방안, 아이디어 받겠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시 중앙공원에서 철거된 노예 해방기념동상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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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미국 보스턴시가 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을 인종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철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보스턴시는 노예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1879년 세워진 링컨 전 대통령 동상을 보스턴 중앙공원에서 철거했다고 밝혔다. 보스턴시는 "(동상이) 해로운 편견을 지속하고, 국가의 자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흑인의 역할을 줄였다"면서 이 동상이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어 철거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보스턴시 예술위원회가 시민들의 청원에 따라 해당 동상을 철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한 지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동상은) 노예 해방이 흑인의 노력이 아닌 링컨의 자비심 덕에 이뤄진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고 비판해왔다. 동상이 해방선언문을 든 링컨 전 대통령과 무릎 꿇은 흑인을 묘사한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성명을 통해 "지난 두 차례의 공청회와 1만2000여명의 동상 이전 청원에 따른 결과"라면서 "동상을 철거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선 지난 5월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는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전개됐다. 당시 시위대는 "인종차별을 자행한 인물들의 동상을 공공시설에서 없애야 한다"며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등의 동상을 쓰러뜨렸다.
다만 보스턴시는 철거한 링컨 동상을 어떻게 활용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보스턴시는 "동상의 역사와 맥락을 더 잘 설명될 수 있는 곳으로 옮길 계획"이라며 시민들과 전시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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