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충격이 저출생·고령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대를 중심으로 고용·소득 여건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비대면 확산과 경쟁환경 심화 등으로 결혼관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혼인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출생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도 2022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감염률·사망률이 낮고 보건의료 체계도 원활히 작동되고 있어 직접적 인구 피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이 기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젊은층의 혼인·출산 행태변화를 가속화시키면서 상당 기간 인구동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재난 이후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베이비붐 현상도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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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충격은 고용과 소득 등 경제적 측면과, 결혼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요인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9월중 혼인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만6000건(1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식 한은 조사국 차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주로 예식장내 감염 공포로 인한 결혼식 취소·연기 사례가 많았으나 점차 고용 및 소득여건 불안정이 혼인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3~11월 취업자수 증감을 보면 20~30대가 36만8000명 줄어 전 연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또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임산부가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발급받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4∼8월 13만7000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6.7% 줄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고용·소득 충격이 20∼30대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점이 혼인·임신 감소에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대면 생활문화가 확산하고 경쟁도 점점 심화하면서 결혼관 자체도 부정적으로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또 비대면 생활방식이 일상화하면서 20~30대 남녀간 초기 관계형성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차장은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 방식 확산, 경쟁 환경 심화 등으로 긍정적 결혼관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출산에 미칠 영향은 올해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이 33세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코로나19로 출산 적령기를 놓일 경우 자녀 계획 자체를 포기하거나, 둘째나 셋째 자녀의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같은 자녀관의 변화를 감안하면 코로나19로 결혼을 연기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하더라도 첫째 자녀조차 포기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통계청이 지난해 장래인구특별추계상 저위(비관) 추계 시나리오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더 밑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저출산·고령화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향후 성장과 재정 부문의 위험 요인으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저출산 심화는 시차를 두고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 감소로 이어지고, 이들이 출산 적령기에 이르게 될 2045년 이후에는 2차 저출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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