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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예상됐던 ‘공소권 없음’, 끊임없이 이어진 2차 가해[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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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이 2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관련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방조 관련 직권조사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의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를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예상돼왔다. 다만 피해자 측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일부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진술을 받을 수 없었고, 그의 휴대전화 역시 성추행 방조 사건과 관련 수사에 이용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 한계”를 언급했다.

이 사건을 다루는 다른 기관에 눈길이 쏠린다.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도 마쳤다. 박 전 시장이 사망 전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는 성추행 의혹 및 사망 경위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2020년 7월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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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지자체장들 인사권 등 ‘제왕적 권력’이 문제

지난 8월 여성단체들이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건은 현재 조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 여부 결정 기일 제한 관련)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날 소위원회인 차별시정위원회에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 행위와 서울시의 피해 묵인·방조 등에 관한 직권조사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인권위는 당초 올해 안에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기게 됐다.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경찰보다 심도 있는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권위가 성폭행 사건 등을 처리하는 서울시의 제도적 문제점에 집중해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경찰과는 다른 결로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플랫]추모와 2차 가해 사이


[플랫]“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수사 내용 공개해야 2차 가해 막을 수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지난 7월8일 경찰에 피해를 신고한 직후부터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29일까지 끊임없이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고소 직후 A씨는 통상적인 성폭력 피해자와 달리 ‘피해자’로 불리지도 못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와 민주당, 서울시 관계자는 A씨를 ‘피해 고소인’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호칭했다. 지난 9월 MBC 신입 취재기자 입사 논술시험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려는 ‘신상털기’는 줄곧 A씨를 위협했다. 서울시 비서진 목록 등을 공유하며 A씨를 찾아내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A씨 측은 지난 7월13일 고소했다. 다른 여성의 얼굴 사진이 A씨인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아다녔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 블로그 등에 A씨 실명 등을 유포한 누리꾼들을 지난 10월7일 고소했다. 지난 23일에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가 피해자 실명이 적힌 편지를 잠시 노출했다.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연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SNS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박 전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5만8000여명이 동참했다. 박 전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8명이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문’을 발표하는 한편 경희대 학생들도 김민웅 교수의 피해자 편지 공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경향신문

29일 경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 비서진 추행방조 의혹은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자 일각에서는 성추행 의혹까지 부인하며 다시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피해자 측은) 성폭력과 묵인·방조를 한 몸뚱이로 주장했지만 묵인·방조가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4년에 걸친 성폭력이라는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29일 종료되자 피해자 측은 “수사 결과 규명된 사실을 밝혔어야 한다”며 “스스로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지원 시민·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29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경찰은 뻔히 예상됐던 ‘공소권 없음’을 반복해 혼선을 가중시키고 결국 은폐·회피를 원하는 세력이 마음대로 왜곡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했다”며 “사회적으로 다음 단계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이제부턴 피해자의 시간

플랫]A씨, 당당하셔요

공동행동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의 피해 관련 진술, 참고인 진술, 피해자 제출 증거 및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로도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며 “수사 결과 규명된 사실을 (경찰은)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측이 경찰에 현재까지 확인한 내용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던 이유는, 피고소인이 사망해버리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애도가 대대적으로 조직되고, 피해자에 대한 온갖 공격, 음모론, 2차 피해만 범람하는 현재의 현실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서울시 관계자 등의 성추행 방조 혐의와 관련해 “경찰 수사는 애초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며 “경찰은 피해자가 인사고충, 성고충을 호소했다고 진술한 20여명의 서울시 전·현직 직원에 대해 진술을 받았는데, 휴대전화 포렌식이나 압수수색 등 이 진술을 뒷받침할 어떤 수사도 진행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추행 방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과 별도로 피해자가 인사고충, 성고충을 호소한 사실이 수사 결과 규명된 점에 대해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경찰 발표 후)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고소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검찰이 최종 판단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han.kr
오경민 기자 5km@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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