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윤석열·봉준호…이 얼굴들 안다면 2020년 다 아는 것

매일경제 류영욱,노현,정슬기,강영운,서진우,이용건,이동인,서정원,정희영,박승철
원문보기

윤석열·봉준호…이 얼굴들 안다면 2020년 다 아는 것

서울맑음 / -3.9 °
◆ 올해 화제의 10대 인물 ◆

※ 편집자 주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역 최일선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받는 한 해였다. 국내에서는 '검찰 개혁'을 내세운 정권에 검찰총장 업무가 중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에 '혁신' DNA를 심어준 이건희 회장이 별세해 또 한 시대가 저물었다. 전염병 확산에 우울한 국민에게 힘이 된 것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그룹 방탄소년탄(BTS)과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었다. 올해 매일경제신문이 뽑은 10대 인물을 소개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대상서 대선후보급으로


임명 당시 여권에서 '검찰 개혁 적임자'라는 찬사를 받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불과 1년4개월여 만에 헌정 사상 초유의 정직 징계를 받은 총장이 됐다.

발단은 윤 총장이 현 정권 실세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여권은 이때부터 윤 총장과 각을 세우더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 착수하자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취임한 추미애 장관은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 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해 판사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 등 사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윤 총장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곧 윤 총장이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정직 징계효력을 집행정지해 윤 총장은 복귀하게 됐다.

윤 총장은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 부각되면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앞서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초일류 깨우고 떠난 거목


지난 10월 향년 78세로 별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남다른 혜안과 실행력으로 삼성그룹뿐 아니라 한국 경제 도약을 이끈 거목이었다.

그는 한국이 첨단 기술 강국이 되려면 정보사회의 '쌀'인 반도체에 진출해야 한다고 확신했고, 부친인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설득해 1983년 삼성전자를 반도체 사업에 진출시켰다.

이 회장은 1993년에는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며 휴대폰을 삼성의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또 "미래에 자동차는 전자제품이 된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예견했다. 이 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은 D램 반도체와 갤럭시 스마트폰 등 세계 1등 제품을 숱하게 쏟아내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신경영'을 비롯해 '디자인 경영' '마하 경영' 등 그가 제시한 경영철학은 삼성은 물론 한국 재계 전반에 뿌리내렸다.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고 사회공헌을 경영의 한 축으로 삼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도 앞장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국내 코로나19 방역 선봉에 선 지 1년이 됐다. 정 청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아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쳤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로서 전 국민은 물론 해외에까지 얼굴을 알렸다.

처음 코로나19 브리핑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20일로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였다.


이후 국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정 청장은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2월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브리핑에 나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1시간도 못 잔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2~3월 대구·경북 중심 1차 유행과 8월 수도권 중심 2차 유행, 그리고 연말 3차 대유행까지 정 청장이 12월 말까지 진행한 브리핑은 총 150회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독립할 때 당시 본부장이었던 정 청장이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맡았다.


방탄소년단
美 빌보드 완전 정복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한국 대중음악사를 새로 썼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을 '올해의 엔터테이너(Entertainer of the Year)'로 선정했다. 타임은 "음악 차트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인 K팝 그룹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이밴드"라며 "올해 여러 앨범으로 모든 종류 기록을 깼고, 팝스타 반열의 정점에 올랐다"고 밝혔다.

타임의 선정 배경에는 방탄소년단의 대기록이 자리한다. 지난 8월 발표한 영어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한국인 가수의 이 차트 정상 정복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11월 발매한 한국어 가사 노래 '라이프 고스 온'도 1위를 차지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까지 포함하면, 핫100 3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라이프 고스 온'이 수록된 앨범 'BE'가 빌보드200 1위를 동시에 석권하면서 '월드스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4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도 선정됐다.


정의선 회장
젊어진 현대차 신임 선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10월 14일 전격 취임했다. 1970년생인 정 회장은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2년 만에 회장이 됐으며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20년 만에 새로운 총수를 맞이했다. 정 회장 부친인 정몽구 전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 인류, 미래, 나눔 등 4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인류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고 역설했다. 그는 현대차에 발을 담근 후 디자인경영을 통해 혁신을 이뤘고, 제네시스 출범도 주도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공을 세웠다. 소통과 자율, 책임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시키고 해외 권역별 자율경영 체제도 도입했다. 무엇보다 그는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넘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
달리고 차면 어느새 골


세계 최고 프로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손흥민은 6번째 시즌인 올해 '월드클래스' 선수로 분류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020~2021시즌이 시작된 후 사우샘프턴 전에서 4골을 넣으며 개인 최초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총 13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이를 통해 영국 현지에서 뽑는 올해의 EPL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올해 초) 번리를 상대로 70m를 단독 드리블한 후 넣은 골로 한 해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FIFA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으로 뽑히기도 했다.

토트넘 소속으로만 99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을 포함해 빅리그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며 98골의 차범근을 이미 넘어섰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 클럽들이 영입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올 한 해를 빛낸 최고 축구선수로서 손색이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일도 취미도 다 잡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리더십은 올해 게임 회사 대표와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구단주로서 두 분야 모두에서 빛을 발했다. 대표이사로서 그는 본업에서 먼저 홈런을 날렸다. 올해 '리니지M'과 '리니지2M' 흥행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만 매출 5852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8548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66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3378억원)의 2배에 달한다.

내년에는 해외에서도 이 같은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2M'이 대만을 필두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야구에서는 창단 9년 만에 정규리그와 코리안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우승 세리머니 역시 주목을 받았다. NC다이노스 우승이 확정되자 김 대표는 검은색 천으로 둘러싼 물체와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내 손안에 있다


영화감독 봉준호는 2020년 한국의 거목을 넘어 세계적 거장이 됐다. 그의 작품 '기생충'이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영화사를 새로 썼다.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트로피 4개를 받은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다. 델버트 만 감독의 '마티'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64년 만에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사례이기도 하다.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2억5800만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2억달러를 넘겼다.

미국 방송 CNN은 '2020년을 규정짓는 문화적 순간들' 중 하나로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꼽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봉 감독을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 칼 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여권 핵심 인사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부터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인사권을 통해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라인'을 좌천시켰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견제했다. 헌정 사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7건 중 6건을 추 장관이 했다. 윤 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던 추 장관은 결국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혐의를 인정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전국 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내는 등 '검란(檢亂)'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직후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원순 前서울시장
시정공백에 내년 4월 재보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9일 실종된 뒤 10일 0시께 서울 북악산에 있는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8일 밤 박 전 시장의 전 비서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7일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박 전 시장의 사망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서울시장직이 공석이어서 내년 4월 7일 실시되는 재·보선은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 여권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이,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류영욱 기자 / 노현 기자 / 정슬기 기자 / 강영운 기자 / 서진우 기자 / 이용건 기자 / 이동인 기자 / 서정원 기자 / 정희영 기자 / 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