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향교 대성전·구미 금오서원 정학당·안성향교 풍화루 등등
"절제·간결·소박으로 대변되는 유교 문화, 건축적으로 잘 표현"
공간구성에서 돋보이는 위계성과 중수·중건 등 건축 이력도 고려
수원향교 대성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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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서원(書院)·향교(鄕校)·서당(書堂) 스무 곳이 보물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서원 세 곳, 향교 열네 곳, 서당 세 곳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9일 전했다. 지난해 전문가 검토와 현장 조사를 거쳐 선별한 건축물들이다. 지역적으로 강원에 두 곳, 경기에 세 곳, 경상에 열한 곳, 충청에 한 곳, 전라에 세 곳 분포해 있다. 이번 지정으로 보물인 서원과 향교는 각각 열 곳과 스물두 곳이 됐다. 서당은 이번이 첫 보물 지정이다.
구미 금오서원 상현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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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한꺼번에 많은 서원·향교·서당을 보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절제·간결·소박으로 대변되는 유교 문화가 건축적으로 잘 표현돼 있다. 역사적 인물이 관여하거나 배향(配享)된 발자취도 잘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공간구성에서 위계성이 돋보이며 중수·중건 등 건축 이력 또한 기록물로 잘 남아 있다"고 했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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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조선 향촌에 근거지를 둔 사림(士林)이 성리학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립 교육기관이다.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와 학문 연구, 후학 교육 등이 행해졌다. 문화재청 측은 "성리학을 심화·발전시켜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문과 교육의 지방 확대에도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유식(遊息), 강학(講學), 제향(祭享)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조망이 탁월한 곳에 건립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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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된 곳은 구미 금오서원 정학당(보물 제2102호)과 금오서원 상현묘(보물 제2103호),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보물 제2104호)다. 구미 금오서원 정학당은 김종직, 정붕, 박영, 장현광을 배향한 곳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현 위치에 재건됐다. 서원의 보편적 가치는 물론 지역적 특징, 고유한 특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된다.
구미 금오서원 정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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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금오서원 상현묘는 창호의 치목(治木), 살미, 대공 등에서 조선 중기 건축구조와 양식이 잘 나타난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는 정면 일곱 칸, 측면 두 칸의 압도적 규모에 팔작지붕을 갖췄다. 자연 경치를 최대한 부각하는 전통 조경수법인 '차경(借景)'이 적용돼 병산서원 건축의 백미로 불린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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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는 고려와 조선에서 지방에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한편 인재를 양성하고 유풍(儒風)을 진작시키는 데 사용됐다. 공간은 엄격한 유교 예법에 따라 명확한 직선 축과 좌우 대칭의 배치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지방 관아나 객사를 가까이 두고 있다.
강릉향교 명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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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된 곳은 강릉향교 명륜당(보물 제2088호), 강릉향교 동무·서무·전랑(보물 제2089호), 수원향교 대성전(보물 제2090호), 안성향교 대성전(보물 제2091호), 안성향교 풍화루(보물 제2092호), 산청 단성향교 명륜당(보물 제2093호), 밀양향교 대성전(보물 제2094호), 밀양향교 명륜당(보물 제2095호), 상주향교 대성전·동무·서무(보물 제2096호), 경주향교 명륜당(보물 제2097호), 경주향교 동무·서무·신삼문(보물 제2098호), 담양 창평향교 대성전(보물 제2099호), 담양 창평향교 명륜당(보물 제2100호), 순천향교 대성전(보물 제2101호)이다.
강릉향교 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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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향교 명륜당은 정면 열한 칸, 옆면 두 칸의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이다. 전국 향교 명륜당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누각 문루형 등 명륜당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의 과도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릉향교 동무·서무·전랑은 1963년 보물이 된 강릉향교 대성전에 있는 건물이다. 이전이나 이축 없이 건립 당시 자리를 고수한다. 문화재청 측은 "대성전과 함께 향교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안성향교 풍화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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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향교 대성전은 경기도 향교 대성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현 위치로 이건돼 대성전이 건립된 과정이 당시 공사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안성향교 대성전은 정면 툇보 위에서 주심도리를 감싸는 승두, 우물마루 귀틀의 치목(治木) 등에 고식(古式)이 잘 남아 있다. 안성향교 풍화루는 현존하는 조선 향교 문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영향으로 목재를 제한적으로 공급받으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조화로운 비례를 구현했다고 평가된다.
상주향교 서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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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단성향교 명륜당은 경남에서 유일한 전당후재(前堂後齋)형 누(樓) 형식 명륜당이다. 밀양향교 대성전은 17·19세기 건축수법과 형식, 기술 등이 혼재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밀양향교 명륜당은 조선 중기 명륜당의 건축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거론된다. 상주향교 대성전·동무·서무는 조선 중기 전형적인 대설위(大設位) 향교의 평면과 구조형태, 세부 수법을 잘 간직하고 있다.
경주향교 대성전,동서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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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향교 명륜당은 현존하는 향교 명륜당 가운데 단일 건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중수기 등의 문헌 기록이 풍부하게 남아 있어 건축 연혁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경주향교 동무·서무·신삼문은 2011년 보물로 지정된 경주향교 대성전의 제향 공간을 구성하는 건물들이다. 기둥과 인방재가 가로세로로 이뤄진 격자형 골격과 회벽으로 마감한 단순한 벽면, 홑처마의 맞배지붕, 최소한의 창호 등에서 조선 제사 건축의 이념이 잘 드러난다.
담양 창평향교 대성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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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창평향교 대성전은 향교에서 보기 드문 교두형(翹頭形) 헛첨차이 특징으로 꼽힌다. 인근의 창평향교 명륜당은 정면 네 칸, 측면 세 칸 규모의 맞배지붕이다. 양 박공 면에 풍판(風板)을 설치하지 않아 목구조가 잘 드러난다. 순천향교 대성전은 외2출목 삼익공의 특징적 공포형식과 간결하고 소박한 가구 수법 등에서 조선 후기 유교건축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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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은 조선 향촌에 생활 근거를 둔 사림과 백성이 마을 단위로 설립한 사립학교다. 유교적 사회 체제가 강화된 조선 중기에 우후죽순 설치됐다. 향교·서원과 달리 일정한 격식·규정이 없어 누구나 건립할 수 있었다. 주로 향촌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닌 양반 가문이 운영했다. 향교·서원에 입학하기 전 익혀야 할 기본자세와 기초적인 유교 경전을 학습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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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된 곳은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과 도산서원 농운정사, 옥천 이지당이다.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은 명종 16년(1561) 건립돼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퇴계의 건축관이 반영된 초기 형태의 서당으로, 16세기 건축형식과 독자적 특성이 잘 나타난다.
옥천 이지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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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역시 퇴계가 직접 설계했다. 다른 건축에서 보기 드문 동재서헌(東齎西軒)의 위계적 배치, 복합적 용도에 따른 실의 배치와 구성, 다양한 창호 형식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옥천 이지당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의병장이었던 중봉 조헌이 후학을 양성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형 정사(精舍) 건물이다. 우암 송시열이 '이지당(二止堂)'이라 명명하고 직접 현판을 써서 유명해졌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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