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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유예 끝나면 자영업 22% '적자'...딜레마 빠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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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유예 끝나면 자영업 22% '적자'...딜레마 빠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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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이자 상환 유예를 내년 3월 말 이후로 또다시 연장할 필요성을 놓고 은행권과 금융 당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권은 한계 상태에 도달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이자 납부를 유예할 경우 부실 위험만 커진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상환 유예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내년 자영업 가구의 20% 이상이 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어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 협회는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애초 지난 9월30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내년 3월말까지로 연장·유예를 한 차례 미뤘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3월 말 이후에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장은 “코로나 상황이 계속 호전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말)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이자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난 2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간담회에서 말했다.

은행권이 대출 만기 재연장보다 이자 재유예에 민감한 것은 이자 납부 여부가 해당 기업이나 상인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이라면 이미 한계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자 유예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은행의 위험 부담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출 원금·이자 유예 연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부실 예상 기업을 제외한 정상기업 중심의 선별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일시적 유동성 부족과 관계없는 ‘한계기업’의 이자 납입 시점만 늦춰줌으로써 향후 부실이 일시에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이자 납입 유예 규모는 950억원(8358건)이다. 은행권은 실제 대출 원금은 이자액의 평균 50배에 이를 것으로 본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코로나19 지원 대출 금리를 2.5%라고 가정하면,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한 원금은 3조8000억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이자 유예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한계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시적 금융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기업의 지급 능력을 고려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실물경제의 건실한 회복을 뒷받침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한은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적자 자영업자 가구의 비중이 20.3%~22.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은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지원 조치를 전면 종료할 경우 누적된 신용위험이 기업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금융지원 조치가 장기간 지속되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를 점진적으로 정상해 나가는 한편 장기 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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