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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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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전망] 갈길 먼 지방자치 30년…재정자립·인구위기 등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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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재정자립도 매년 하향곡선…고령화한 농촌 46.5% 소멸 위험수위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담은 법 정비 시급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기념비적 일이다", "감질나는 조치다", "정작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요소들은 빠졌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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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이번 전부개정안이 지방자치 역사라는 큰 흐름에서 접근할 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2공화국(1960∼1961년) 장면 정부 때 전면 실시됐다가 5·16 군사 쿠데타로 폐지된 지방자치제가 1990년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부활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이번에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민 조례발안제도 개선 및 주민 감사청구권 확대, 지방 소멸위기 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 부여,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광역행정 수행 등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재정난 속에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씁쓸한 일이 반복되고 있고 소멸위기에 직면한 자치단체마저 나오고 있다.

◇ 기초단체 자립도 갈수록 열악…부익부 빈익빈도 심화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올해 전국 17개 시·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0.4%에 불과하다.

2017년 53.7%, 2018년 53.4%, 지난해 51.4%와 비교하면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지역별 재정자립도 격차도 크다.

광역자치단체인 서울과 경기는 각각 81.4%, 64.8%에 달하지만 강원은 28.8%, 전남은 28.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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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국가통계포털 캡처]



기초자치단체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중구·서초·종로와 경기 화성·성남·용인·과천·수원·안산 등 모두 수도권이다.

40% 이상인 곳은 19곳, 30% 이상인 곳은 29곳, 20% 이상인 곳은 64곳이다.

20% 미만인 곳도 무려 104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남 신안(6.6%), 경북 봉화(7.5%), 전남 강진(7.8%) 등 10% 미만인 곳도 9곳이나 된다. 거둬들이는 지방세로는 공무원 월급조차 해결하지 못해 나랏돈에 의존하는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지방 세수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착한 임대인 운동, 지역사랑상품권 혜택 확대,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업 증가에 따른 소비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교부세를 내국세의 19.24%에서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인데도 법 개정은 요원한 실정이다.

◇ 아기 울음 끊긴 농촌…시·군·구 105곳 소멸위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절벽 위기에 처한 농촌도 많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자치분권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들의 이탈이 심각해지다 보니 수도권 인구집중은 점점 가팔라지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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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 완주군은 청년창업공동체를 육성하고 있고, 강원 인제군은 '청년들의 산촌살이'를 통해 외지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일자리와 주거, 복지, 문화가 결합한 '이웃사촌 마을' 사업을 펼치면서 청년들의 전입을 유도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도 인구 유입을 목표로 도서관과 체육관, 어린이집이 갖춰진 미니복합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은 뜨겁지만, 아기 울음이 끊기는 마을은 점점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9년 97개 시·군·구를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했지만 올해 5월에는 이보다 많은 105곳을 꼽았다. 전체 기초단체 226곳의 46.5%에 해당한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우리나라의 466개 읍·면 중 96.8%에 해당하는 451곳이 30년 안에 소멸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다 보니 지방자치제가 '허울 좋은 외투'일 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자치 발목 잡는 구태 여전…활성화 노력도 다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불미스러운 일로 도마 위에 오르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반복되는 것도 지방자치 성숙도를 퇴보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충남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의원 4년 임기를 2년씩 쪼개 비례대표 1명이 사퇴한 뒤 후순위 후보가 취임하는 '임기 나눠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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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무시한 군수 사과하라"
[촬영 조정호 기자]



이런 약속을 하고도 못 물러난다고 버티는 의원과 서둘러 자리를 내놓으라는 후순위 후보의 기 싸움이 빚어지기도 한다.

부산 기장에서는 지난해 8월 군정 질의를 하는 의원에게 군수가 고함을 친 일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 구·군 의회 의장협의회가 지난 8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고 의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군수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난 9월 도민 주도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자 137개 기관·단체 대표자로 구성된 사회혁신 플랫폼이 출범했다.

충남 당진시는 지난 8월 마을자치 활성화 시범마을 77곳을 선정해 지역공동체 부활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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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혁신플랫폼 출범식
[전남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재정 이양 병행되고 풀뿌리 주민자치 부활해야"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지방정부·의회의 자율성·책임성이 확대되고 주민참여가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가 꾸준하게 요구해 왔던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주민자치회 설치 등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 충청권 공동대책위원회는 "개정 법률이 시대적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하지만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 요소들이 제외된 만큼 평가와 논의를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사무처장은 "지방자치·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제도적 개선과 함께 재정적 권한도 함께 이양돼야 한다"며 "재정자립도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지방자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위 '지방'으로 불리는 자치단체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을 위해 지속해서 중앙에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주민이 지역 현안사업을 스스로 결정·시행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에 대해 지방의원들까지 역할 축소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경향도 있다"며 "1961년 읍·면 자치 폐지 후 실종된 주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읍·면·동 수준의 풀뿌리 주민자치를 부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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