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신문에 게재된 박재동 화백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관련 만평. 해당 만평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논란이 일었다.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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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가 과거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A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지지자들도 2차 가해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6일 2018년 박원순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옛 지지자 8명은 "우리는 2018년 박 전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을 만큼 생전 고인의 정책과 정치 활동을 지지했다"며 "같은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2차 가해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은 이어 "이 생각에 공감한다면 동의 서명을 부탁한다"고 덧붙이며 서명 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23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A씨가 쓴 편지 여러 장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A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쓴 것으로, 박 전시장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이 게시물을 보시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잊으면 잃어버리게 된다"며 편지를 경찰과 인권위원회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이 글을 올린 직후,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역시 자신의 SNS에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라며 같은 사진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편지 내용은 물론 피해자의 실명까지 그대로 공개됐다가 뒤늦게 게시물이 수정돼 이름이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파문이 확산되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25일 SNS에 A씨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김 교수는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A씨에게 실명 노출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며 "이 사건으로 고통을 받으신 것에 대해 깊이 사과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A씨에 대한 2차 가해는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기신문에 만평을 올리는 박재동 화백은 지난 23일 만평에 A씨의 편지로 추정되는 글을 본 어린아이가 “아빠, 4년간 성추행 당했다는데 이 편지는 뭐야”라고 묻는 내용을 담았다. 박 화백의 해당 만평을 두고, A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박 화백은 한겨레 시사만화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A씨를 향한 지속적인 2차 가해에 A씨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5일 "어제(24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민 전 비서관과 김 교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4일 SNS를 통해 "24일 피해자 실명 기재된 편지가 여기저기 인터넷에 날것으로 전파 게재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퇴행시키는 그들을 어찌할 것인지는 이제 대한민국 경찰의 몫"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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