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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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부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 2700명을 구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재시험 기회를 주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의 비상 상황은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내년 1월 곧바로 의사 국시를 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이 부대표는 “앞으로 3개월이 코로나19 위기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 기간에는 국민 총동원령을 내려 모든 자원과 인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수급 계획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의대) 졸업예정자들이 정식 의사가 돼서 감염병 전쟁의 최전방에서 환자생명을 지키게 하는 2700여명의 소대장이 되도록 의사 국시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전국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방안에 반발해 지난 8월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난 9월 4일 의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의대생들에게 두 차례 재접수 기회를 줬지만 대상자 3172명의 13%인 423명만 시험을 치렀다. 이후 의료계에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고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르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정부ㆍ여당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당정의 입장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다. 이달들어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로 치솟으면서 중증 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이나 입원 중이던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환자가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병상 부족 사태는 사실상 의료인력이 달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대로면 내년 초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숫자가 예년보다 2700명 부족해지는데, 가뜩이나 과부하가 걸린 의료현장에 큰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
25일 오후 대구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크리스마스도 잊은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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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정세균 총리가 의대생 구제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22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 청문회 자리에서 “정부가 지난주 공공의료 확충 대책을 발표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의 협의체에도 필수의료 확충이 주요 안건”이라며 “의대생 국가시험 문제도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하더라도 국민께서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반대가 많기 때문에 국민께 양해를 먼저 구하면서 국회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의대생들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에 대거 의료봉사를 나서는 등 그간 반목해온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화해 무드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계가 손을 내민 만큼 정부가 조만간 화답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년유니온과 안전사회시민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의사국가고시 재시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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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는 점은 정부에게 부담이다. 지난 9월 의대생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며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57만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현재 치러지는 제85회 의사 국시는 내년 1월 8일 끝나고 20일 합격자를 최종 발표한다. 이들과 함께 공중보건의나 각 병원에 인턴을 배치하려면 1월 내 재시험 일정이 시작돼야한다. 의료법 시행령은 의사 국시를 치르려면 시험 90일 이전에 시험 실시에 필요한 사항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금 공고를 내도 시험 시작일이 3월을 넘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90일 규정은 갑작스런 시험으로 수험생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만든 조항인 만큼 법 취지를 고려해 예외를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적극행정위원회를 거치면 시행령 위반 하더라도 추후 면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인 권성택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엄중한 상황을 생각해서 하루라도 빨리 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공보의는 5월 배치라 정부에선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당장 내년 3월 인턴들이 배치되지 않으면 일선 병원들의 의료 공백이 심각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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