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인정 안돼 못박아
채널A사건 감찰·수사 방해 다툼 여지
법관 사찰 부적절하지만 추가 소명 필요
채널A사건 감찰·수사 방해 다툼 여지
법관 사찰 부적절하지만 추가 소명 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직무배제 조치가 풀려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아님, 채널A사건 수사·감찰 방해는 본 소송에서 다퉈야, 법관 사찰 문건 부적절하지만 추가 소명 필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부복귀를 결정한 법원판단은 대체적으로 이같이 요약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이날 윤 총장이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 총장은 25일 곧바로 출근해 1월부터 달라지는 검·경 수사권 개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대권 후보 여론조사 포함’ 징계사유 불인정 재판부는 윤 총장이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 거론되고,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퇴임 후 국민에 봉사할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은 징계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난 6월부터 윤 총장을 차기 대선주자 유력후보로 삼아 진행된 여론조사에 대해 윤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거나, ‘정치활동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주요사건 수사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법무부 주장에 대해서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법무부의 주장과 소명자료만으로는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지난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 발언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직무에 복귀시키지만, 징계가 부당했는지를 다투는 소송에서 이 발언 맥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당시 ‘퇴임 후 국민에 봉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선거 출마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봉사활동에 정치활동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았다.채널A사건 감찰 방해 여부는 ‘유보’… “본 소송에서 다퉈라”
법무부 측 변호인 이옥형 변호사(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 변호인 이석웅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재판 2차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
윤 총장이 채널A기자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잃었느냐에 대해 법원은 유보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하려고 했지만, 윤 총장이 이 사안을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조치한 게 ‘측근 감싸기’라고 주장해 왔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징계사유로 삼았다. 재판부는 일단 감찰이 중단된 자체는 사실이기 때문에 징계사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총장이 지난 4월 대검 감찰부로부터 감찰개시 보고를 받았을 때는 대상자가 ‘성명불상’으로 기재돼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언론의 추측성 보도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 보도가 나온지 8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한 검사장과 채널A기자 유착 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결론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검사장이 이 사안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낼 경우 윤 총장 직무복귀 심리에 영향을 우려가 있어 최종 결론을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법관사찰 의혹’은 “매우 부적절” 강한 경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 2차 심문기일이 열린 24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대검이 특정 판사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수집한 부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주요 특수·공안 사건을 선별해 판사들의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을 정리해 문건화하는 것은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문건이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구조를 형성해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한 법무부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이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해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문건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2월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재직하며 취득했고, 법무부로 자리를 옮긴 뒤 추미애 장관이 ‘판사 사찰’로 규정했다. 이 문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돼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 자료로 활용됐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는 압수수색을 하고도 추가 문건을 확보하지는 못했다.사실상 임기 채우게 된 尹… 징계 불복 소송 무의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잠정 정지되는 것은 본안 소송 선고 후 30일까지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소송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윤 총장이 패소하더라도, 항소하면 또다시 법원이 징계효력을 멈춰줄 것이 예상돼 이 단서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윤 총장을 상대로 직무배제 조치에 이어 징계위원회 소집에 따른 정직 의결까지 몰고 갔지만, 두차례 다 완패로 끝났다. 윤 총장은 남은 7개월 동안 오히려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추 장관이 그동안 흠을 잡아온 사유들이 감찰위원회에 징계위원회, 법원까지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윤 총장과 달리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다음달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지만, 현 상태로라면 큰 폭의 인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서 대전지검이 맡고 있는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 사건도 차질없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검찰 내에서도 소신주의자로 손꼽힌다. 2008년 윤 총장과 론스타 수사를 함께했고, 측근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원전 수사팀은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인사가 구속된다면 수사는 청와대로 향하게 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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