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
연말 정국을 뒤흔든 ‘추·윤 갈등’이 윤석열 검찰총장 판정승으로 일단락되자 윤 총장이 즉각 복귀 의사를 밝혔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뻔한 마지막 고비를 무사히 넘긴 윤 총장은 업무 복귀 후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월성원전 수사 등을 직접 지휘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24일 오후 10시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고 밝혔다. 일부 인용이긴 하나 윤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징계가 ‘해제’됐다는 평가다. 이로써 윤 총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한 이후 일주일 만에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윤 총장은 곧바로 복귀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법원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밝혔다. 그러고 1시간쯤 뒤에는 최근 구금시설에서의 코로나 확진 대응과 1월 1일 시행되는 수사권조정 업무 등을 이유로 들며 바로 이튿날인 25일 오후 1시에 출근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차장과 사무국장으로부터 부재중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윤 총장은 주말인 26일에도 출근해 대검 차장과 사무국장, 정책기획과장, 형사정책담당관,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마지막 ‘난관’을 뚫어낸 만큼 적극적인 수사지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법원은 쟁점이 됐던 징계위 절차적 하자와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멈췄다.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의 경우는 다툴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보았다. 통상 집행정지 소송은 본안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본안에서 다투라’는 취지에서 인용해주는 경향이 강하다.
재판부는 이번 징계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임을 강조하며 “윤 총장 복귀시 감찰 및 수사가 차질을 빚어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위협이 될 것”이란 법무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영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윤 총장 측이 꾸준히 주장해 온 월성원전 사건 및 라임·옵티머스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주요 수사 차질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될 대검 차장이나 일선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편향적인 수사를 할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검찰총장 징계가 헌법상 법치주의 훼손,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훼손”이란 윤 총장 측 주장도 받아주지 않았다. 이번 징계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려졌다”는 윤 총장 측 전제가 바로 인정될 순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추 장관과 법무부 측은 이날 자정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로 법원이 두 차례 모두 윤 총장 손을 들어주면서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자충수에 빠졌다”는 뒷말이 나온다. 법무부가 ‘항고’ 카드를 내밀 수는 있겠으나 특별한 사정을 내놓지 못하면 법원 판단을 뒤집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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