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형 법무부 측 법률대리인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처분 집행정지 신청 2차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의 2차 심문이 24일 오후 4시15분께 종료됐다.
재판부는 이날 중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75분만에 끝난 2차 심문… "재판부 이미 마음의 결정 한 듯"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문은 오후 3시에 시작돼 1시간15분 만인 오후 4시15분쯤 종료됐다.
심문을 마치고 나온 법무부 측 이석웅 변호사는 "재판장이 궁금했던 것들을 양측에 물어봤다"며 "양측이 준비를 많이 한 거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오늘 종결하고 최대한 빨리 오늘 중이라도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역시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도 "재판부가 오늘 결정문을 송달하겠다고 했다"며 "재판부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옥형 변호사는 "핵심 쟁점은 공공복리였다"면서 "징계 사유가 감찰 방해 등이고 '재판부 분석 문건''도 수사 의뢰된 상태에서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수사가 윤 총장 의지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게 명확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1차 심문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고 저희는 지금까지 했던 주장들을 구체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서 윤 총장 측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성, 절차적 위법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정지 심문에는 당사자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날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되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2개월간 정직 상태가 유지된다.
법원, '징계 사유·징계 절차상 하자' 꼼꼼히 살필 듯통상적으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본안사건인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판결 확정 전 잠정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별도의 심문 절차 없이 서면심리를 통해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1차 심문기일을 연데 이어 추가 심문기일까지 진행하며 사실상 약식 본안심리에 준하는 심리를 진행 중이다.
이틀 전 열렸던 1차 심문기일에서 홍 부장판사는 윤 총장의 개개 징계 사유들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 및 징계 의결 과정에 대해서도 양측에 구체적인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징계 처분이 적법한지, 징계 수위는 적정한지 등 본안사건인 정직 처분 취소소송에서 다뤄질 내용들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상태에서, 정직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는지, 이 같은 ‘손해예방의 긴급한 필요성’이 있는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징계 사유와 징계 절차를 따져보겠다는 건 이번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윤 총장의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본안소송인 정직 처분 취소소송의 최종 결과가 임기 만료 전에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만일 재판부가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를 기각, 윤 총장이 2개월 동안 직무 정지를 당하게 되면 차후에 본안소송에서 윤 총장이 승소해서 정직 처분이 취소된다 해도, 이미 윤 총장은 총장 임기를 마치고 총장직에서 물러나있을 것이기 때문에 총장 직무에서 배제됐던 2개월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
반대로 재판부가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가 나중에 본안인 취소소송이 윤 총장의 패소로 끝날 경우, 이미 임기를 마친 윤 총장에게 다시 징계 처분의 효력을 미치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런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가 나중에 징계가 취소되거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가 나중에 징계 취소소송이 기각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사실상 본안판단에 가까운 심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 번 집행정지 결정 나오면 추미애 장관 치명타재판부가 정직 처분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면 윤 총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 뒤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본안소송인 취소소송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윤 총장은 2개월 뒤 총장직에 복귀해 남은 5개월의 임기 동안만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추 장관 취임 후 1년간 끊임없이 이어져 온 秋·尹 갈등은 이번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개월 뒤 윤 총장은 다시 총장직에 복귀하겠지만 사실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정상적인 역할 수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감찰·징계’에 따른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 역시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맡은 홍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무색무취의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돼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사건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돼 부담스런 이번 사건에서 홍 부장판사가 이날 어떤 논리구성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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