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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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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개발도상국"...환율조작국 지정 베트남, 읍소 위해 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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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무역제재 막기 위해 전방위 해명
"빈약국 입장 고려해달라" 강조하기도
한국일보

로버트 오브라이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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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 구명 활동에 나섰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베트남이 스스로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표현하며 미국의 추가 무역 제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24일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 등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과 산업부 핵심 관계자들은 이달 말 미 재무부와 무역대표부를 직접 찾아 자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결정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국영은행 대표들은 최근 잇따라 회의를 열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 정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베트남이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베트남의 고의가 아니라 미중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에 의한 반사적 이익이란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무역 제재를 막기 위한 베트남의 간절함은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2일 전화 통화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자국에 대한 자긍심을 항상 강조하며 베트남을 '아세안의 경제 중심'이라 부르던 푹 총리가 "경제능력이 빈약한 '개발도상국' 베트남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거시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벌여온 것이지 미국과의 통상 질서를 어지럽히기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고 자세를 낮추며 읍소에 나선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일 "양국이 25년간 쌓아온 토대 위에서 미-베트남 관계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길 희망한다"며 뒤늦게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중국을 의식해 한달이 넘도록 축전을 미루던 베트남이 뒤늦게 미국에 자세를 낮춘 셈이다. 이어 베트남은 다음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하노이에 초청해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거듭 손을 내밀었다.

레띠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 역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베트남은 미국과 상호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무역 문제를 다루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베트남 측의 소명이 이어지자 미 재무부와 무역대표부는 일단 베트남의 설명을 들어본 뒤 추가 제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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