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사들, 권익위 찾아 의대생 문제 해결 요청
정총리 발언 이후 의료계 안팎 구제 논의 재부상
여권 "의대생들 사과해야" vs 의료계 "조건 없어야"
정부·의료계 기싸움 지속…해법 논의 동력 못찾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의료인력의 과부하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가 국가고시 응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책 공론화 언급에 나선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0.12.22. bjk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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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의대생 국시 문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자 의료계도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조건 없는 재응시 기회 부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 여론을 들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신찬수 서울대 의과대학장, 유대현 연세대 의과대학장 등 의료계 인사들은 전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의사 국가고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의료계 인사들은 내년 2700여명의 신규 의료인력이 배출되지 않으면 100여개에 달하는 지방 수련병원의 인턴 수급과 1340개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공중보건의 배치가 어려워져 지역 의료체계의 붕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료 인력 확보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인들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황이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모든 인력이 집중되다보니 다른 환자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2차 피해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 위원장은 의료계의 우려들이 국민과 정부에 충분히 알려져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계가 다시 의대생 구제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은 지난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한 인터뷰에서 '의대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줄 수도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정부 내에서 당연히 의논해왔다. 그것이 '공정하냐, 절차가 정당하냐'는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현실적 필요,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까지 감안해 정부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의대생 구제 문제와 관련해 신중론을 유지해왔던 정부 측에서도 입장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권덕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대생 국시 문제에 대해) 유심히 살폈고, 내부에서도 많이 상의했다"며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여전히 반대가 많으시기 때문에 제가 국민께 충분히 양해를 구하겠다"며 "국회와 당과 같이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료계와 정부 안팎에서도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니다. 일각에서는 매년 9월 치러지는 국시 실기시험을 내년에는 두차례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내년 1월 초 국시 필기시험이 끝난 뒤 실기시험을 한차례 더 실시해 본과 4학년생들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의대생들에게 추가 기회를 부여할 경우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국민 여론도 의대생 구제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여당과 여권 지지층 내에서 의대생 구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시 구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큰 상황이고 의대생들이 사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미 의대생 국시 재응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더 높다며 정부가 '의대생 사과'와 같은 조건 없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한신경과학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의대생 국시 재응시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58.7%,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은 39.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를 주도한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성균관의대 신경과교수)은 "2021년 인턴 인력 90% 감소와 그 후 5년 동안 계속되는 전공의, 전임의 부족 사태로 초래될 종합병원의 의료대란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의사 실기시험 재응시를 하루 빨리 추진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며 이는 결국 정부와 국민이 모두 승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료계와의 공식 소통 창구인 '의정협의체'에서도 의대생 문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의협은 의대생들이 국시 문제 해결을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도 먼저 구제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조건 없는 문제 해결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논의는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정협의체에서는 국시 문제를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의대생들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국시를 보지 못해 내년부터 생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이 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의정 협상의 걸림돌이 되거나 카드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정부가 다시 사과를 요구한다면 학생들은 기회를 주더라도 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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