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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2021 광주전남] ④ 왜곡 넘어 진실을 찾아…새로 쓰는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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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가해자'의 진솔한 고백에 초점…일부 유의미한 증언 확보

조사 기간·인력 늘린 법 개정으로 내년 조사 활동 탄력

연합뉴스

"마지막 기회" 진상규명 원년으로…조사위 본격 가동 (CG)
[연합뉴스TV 제공]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근거 없는 왜곡에도 속절없이 흔들리던 5·18민주화운동이 이른바 '5·18 3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미완의 역사를 완성해 더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5·18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9일이면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조사 활동을 시작하며 초점을 맞춘 건 '양심적 가해자'의 진솔한 고백이었다.

그동안 광주시와 5·18재단 등에서 수집해온 피해자들의 증언과 진술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5·18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병만 1만6천여명, 지휘관과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2만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양심적 가해자를 찾는 일도, 진솔한 고백을 끌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고백은 커녕 당사자 주변에서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유·무형의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그들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직접 만나 설득하고 호소하는 게 필수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러한 조사 방법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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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을 갖춰 이동하는 무장 계엄군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제공.]



조사관 구성과 교육에 5∼6개월이 걸렸던 점 등을 감안하면 조사위가 짊어진 역사적 무게에 비하면 조사 기간 2년은 촉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9일 '5·18 3법' 중 하나인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간과 인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개정된 특별법은 조사위 활동 기간을 1년씩 2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총 4년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조사위 정원 역시 50명에서 70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몸풀기를 마친 조사위의 활동이 내년부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까닭이다.

조사위는 올해 조사 활동의 성과를 주춧돌 삼아 실질적인 진상 규명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진압 작전에 참여한 제3공수여단 출신 2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암매장지와 관련한 20여건의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했다.

이 증언을 교차 검증해 암매장 추정지를 4곳으로 압축했고, 추가 검증을 거쳐 내년부턴 암매장지 발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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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암매장지 발굴 (PG)
[제작 조혜인] 합성사진



특히 암매장 이후 시신을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 기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이와 별개로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해 지난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이름 없는 희생자 3명의 유골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5·18 때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달라며 신고한 가족들의 유전자형과 비교할 예정인데 결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헬기 사격과 관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 1심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잠시 중단했던 관련 조사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재판부는 5월 항쟁 기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하고, 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재판부의 결론과 상관없이 자체적인 조사·검증을 통해 헬기 사격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인 집단 학살도 본격적인 조사 궤도에 올랐다.

주남마을과 송암동에선 기존에 알려진 사건 외 또 다른 학살 만행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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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마을 뒷산 기슭 바위틈에서 발견한 사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역 집단 발포와 전남대·광주교도소에서의 집단 학살 사건, 광주국군통합병원 확보 작전 중 화정동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미투 운동에 힘입은 피해자의 용기로 밝혀진 17건의 계엄군의 성폭력 사건을 검증하고 추가로 접수된 10여건의 피해 사실을 더 확인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 역시 군과 국정원 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사실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24일 "조사 범위가 방대하고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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