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
영조가 열람한 어람용 화첩 '경진년 연행도첩'도 보물로
대방광원각수다밀요의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은 석가모니가 십이보살(十二菩薩)과의 문답을 통해 대원각(大圓覺)의 묘리(妙理)와 관행(觀行)을 밝힌 경전이다. 마음을 수행해 원만한 깨달음에 이르도록 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고려 사찰에서 수행을 위한 교과목으로 채택돼 널리 유통됐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소장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諺解) 卷上一之二)'는 당나라 승려 종밀(780~841)의 초본과 세조가 한글로 구결한 판본이 저본(底本)이다. 1465년 주자소(鑄字所)에서 금속활자 '을유자(乙酉字)'로 간행됐다.
문화재청은 '원각경(圓覺經)'으로도 불리는 이 책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 '경진년 연행도첩'을 각각 보물 1219-4호와 1051-5호, 2084호로 지정했다고 22일 전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처럼 '을유자'가 사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활자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오래 쓰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금속활자는 1484년 갑진자(甲辰字)를 새로 주조하면서 녹여지기도 했다. 겨우 전해진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 1의2'에 대해 문화재청은 "전래되는 판본이 적은 귀중본"이라며 "15세기 국어학과 서지학, 금속활자 인쇄사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라고 평했다.
분류두공부시언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分類杜工部詩(諺解) 卷十一)'은 1481년 류윤겸, 조위 등 홍문관(弘文館·조선 왕실의 경서) 학자들과 의침 승려들이 왕명을 받아 당나라 두보(712~770)의 시를 한글로 번역·편찬한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 뒤 최초로 간행된 번역시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간행에는 1455년 주조된 금속활자 '을해자(乙亥字)'가 쓰였다. 같은 시기 제작된 한글 활자 '을해한글자'도 사용돼 조선 금속활자 인쇄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문화재청 측은 "을해자와 을해자 병용 한글금속활자로 간행된 초간본"이라며 "반치음(半齒音·ㅿ), 방점(傍點), 아음(牙音·ㆁ) 등 초기 한글의 특징이 담겨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했다.
'경진년 연행도첩(庚辰年 燕行圖帖)'은 동지사행(冬至使行)의 내용을 영조가 열람할 수 있게 제작한 어람용(御覽用) 화첩이다. 동지사행이란 조선에서 매년 동지 즈음 명·청에 사신을 보내던 일을 가리킨다. 정사(正使), 부사(副使), 서장관 종사관, 사자관, 의원, 화원 등 약 마흔 명을 심양 등으로 보냈다. '경진년 연행도첩'은 1760년 11월 2일~1761년 4월 6일 여정이 담겨 있다. 정사는 홍계희, 부사는 조영진, 서장관은 이휘중으로 각각 기록됐다.
경진년 연행도첩 심양관구지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계희의 발문에는 영조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잡혀있던 심양관(瀋陽館) 옛터를 자세히 살피라고 명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있다. 홍계희는 화가들을 데리고 심양관과 산해관 옛터, 북경 문묘(文廟) 등을 찾아 산수화, 건축도 등을 그리게 했다. 고려관이라고도 불린 심양관은 1637년 심양에 건립된 조선의 해외 공관이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1637년 청에 볼모로 잡혀 1644년까지 이곳에 거처했다. 산해관은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교통·군사 요지다. 청나라 오삼계(吳三桂) 연합군이 1644년 이자성(李自成) 반란군과 격돌한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문화재청 측은 이를 담은 그림들에 대해 "입체적인 건물 표현으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선명한 채색과 정교한 묘사가 18세기 궁중기록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조의 어필, 해당 유적지 장면, 그림 관련 도설, 설명식 발문 등이 일괄로 짝을 이뤄 사행의 일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시대상과 정치, 외교, 문화 등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보여줘 시각자료로서 가치도 높다"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