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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취업자 4분의1이 자영업…3단계 격상 어려운 ‘자영업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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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에서 1200명 사이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21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발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요건(전국 주 평균 확진자 800~1000명 이상)을 곧 충족할 것이란 예고다.

하지만 이날에도 정부의 3단계 격상 발표는 없었다. 연말 연휴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만 내렸을 뿐이다. 3단계(10인 이상 금지)에 견줘 집합 금지 규정은 강력하지만 주요 조치는 빠졌다. 필수 시설 외 영업을 중단하는 3단계와 달리 제한적으로나마 음식점ㆍ상점 영업은 계속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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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 앞에 휴무를 알리는 종이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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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전국 단위의 전면 봉쇄(락다운)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병원과 약국, 생필품 매장 같은 필수 시설을 제외한 모든 가게, 학교, 보육시설 등 문을 다 닫는 강력한 조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전면 봉쇄에 따라 (피해 지원을 위해) 연방정부는 매달 11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 안팎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DP 20% 가량 자영업 관련일 듯



한국과 독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 수 급증이란 똑같은 현실을 눈앞에도 두고도 두 나라의 결정은 달랐다. 한국의 발목을 잡은 건 ‘자영업 공화국’이란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영업 종사자 수는 656만3000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2724만1000명)의 24.1%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 넷 중 한 명은 자영업으로 먹고산다는 얘기다.

국내 생산에서도 자영업은 5분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17.5%는 자영업 비율이 높은 도소매ㆍ숙박음식업, 운수업, 교육ㆍ기타서비스업에서 나왔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생산ㆍ소득 규모가 제대로 안 잡히는 자영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비중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내려지면 필수 시설 외에 모든 업장의 영업이 정지된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하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경제 피해나 소상공인 반발 등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쉽사리 3단계 격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높은 자영업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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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자영업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제 비교를 해봐도 한국의 자영업 편중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의 자영업자 수 비율이 8번째(2019년 기준 24.6%)로 높다. 콜롬비아(50.1%), 브라질(32.6%), 멕시코(31.9%), 그리스(31.9%), 터키(31.5%), 코스타리카(26.6%), 칠레(25.8%)에 이어서다.

반면 호주(9.7%)나 독일(9.6%), 캐나다(8.2%) 등 주요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6.1%)은 4분의 1수준이다. 이들 국가가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락다운’을 비교적 단호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다.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지원책도 상대적으로 과감하게, 대폭 추진할 수 있는 배경도 같다. 직접 지원해야할 자영업자 인원 비중이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적어서다.

독일 재무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은 물론 프리랜서ㆍ자영업자에게까지 1인당 최대 50만 유로(약 6억7000만원)를 보상하기로 했다. 캐나다 역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2주 단위로 1000캐나다달러(약 86만원)를 지원하고 있는데, 최대 26주간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 1인당 1000만원 넘는 현금 지원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급한 임대료 문제에도 이들 국가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주ㆍ캐나다ㆍ일본 등은 임대료 감면액을 정부가 직접 보조하고 있다. 미국은 아예 ‘코로나 지원ㆍ구호ㆍ경제보장법(CARES)’에 따라 임대료를 내지 못한 상인을 쫓아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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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국 단위의 전면 봉쇄 조치를 16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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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자영업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식 지원은 요원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급하게 편성해 소상공인에게 일회성으로 100만~200만원을 ‘땜질’ 지원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업종ㆍ매출 규모에 따라 받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대출 지원 역시 한도액이 적고 금리 혜택도 제한적이라 자영업계의 급한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은 방역대로, 백신은 백신 대로 대책을 추진해야 했는데 정부에서 국내 방역 상황을 과신하고 백신 도입을 소홀히 한 게 일을 키웠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나, 3단계가 영업이 안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고, 정부가 이대로 시간 끌기만 한다면 피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라는 결단에 주저하는 데는 ‘돈 문제’도 있다. 단계 격상에 따른 직격탄을 입을 자영업계에 대한 보상 조치가 필요하지만 취업자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계를 지원할 만한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다.



자영업 지원 재원 마련 어려워, 추경 편성 논의 솔솔



임대료 문제도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책을 주문했지만 지원 방식과 금액에 대한 논란만 키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영업 제한ㆍ금지 업종에 대한 임대료 지원을 공식화했지만 역시 재원과 방법이 문제다.

내년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편성한 돈은 3조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잉여금을 추가한다고 해도 4조원 안팎이다. 2차 재난지원금 예산(7조8000억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1ㆍ2차 확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게 되면 자영업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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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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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독일 등 선진국은 감염병 예방 관련 법을 통해 정부의 봉쇄 조치로 타격을 받게 될 대상자에 대한 보상을 어느 정도로 할지가 사전에 규정돼 있다”며 “한국은 그런 법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추경 같은 임시방편을 반복하고, 자영업이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크다 보니 정부가 방역 조치를 지연해 피해는 더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또 “유럽ㆍ북미 등 선진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너무 큰 데다 소득 파악 역시 제대로 안 되고 있어 그에 맞춘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는 점도 정부의 딜레마”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등 비상사태로 인한 영업 정지에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제조합 의무 가입 등 자영업 맞춤형 사회안전망을 시급히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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