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16개월 입양아 사건과 대비
검찰 아동학대치사만 적용, "살인은 아냐"
학대기간, 내용 '미필적고의 충분 의견도'
[파이낸셜뉴스] 5살 의붓아들을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목검으로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아버지 이모씨(28)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선고한 징역 22년은 너무 가벼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3년을 가중했다.
5살 아들을 상습폭행해 숨지게 한 이 사건이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돼 중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한 16개월 여아 사망에서도 살인죄 추가기소를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보다 3년을 가중한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fn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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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의붓아들 상습폭행 사망··· '미필적고의 인정'
19일 법원에 따르면 18일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아동학대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로 피해자는 신체 모든 부위에 문제가 생겨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복부의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며 “피해자는 사망 당시 겨우 5살로서 신체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 의사 표현이 부족한 아동이기에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도, 자신을 돌봐야 할 이씨의 행위로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25일 오후 10시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사망 당시 5살이던 의붓아들을 목검으로 폭행하고 손발을 활처럼 뒤로 휘게 묶은 채로 23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 친모 A씨(25)는 폭행을 말리지 않고 목검을 넘겨주고 2살과 3살인 동생들에게 폭행장면을 보도록 했다. 이 동생들 역시 A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와 인천지검은 이씨에게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은 물론 상습특수상해, 아동학대 중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법원과 항소심은 이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14일 서울남부지검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는 모습. 시민들은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숨지게 한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fn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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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입양아 정인양 "살인 아냐"
이 사건은 최근 재판에 넘겨진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과 맞물려 시사하는 점이 크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가 지난 8일 양모인 장모씨를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하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본지 12월 9일. ‘학대 사망 '16개월 입양아' 양부모 기소··· "췌장 끊길만큼 맞았다" (종합)’ 참조>
기소 당시 공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갓 돌이 지난 어린 아이에게 지속적인 상해를 입혀왔음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죄 추가기소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시민들은 최근까지 검찰청 앞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검찰 처분에 항의하고 있다. 양부모 신상공개와 살인죄 적용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18일 20만명의 동의를 받아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특히 친자가 아닌 어린 아이에게 장기간 폭력과 학대가 지속됐다는 점이 5살 의붓아들 살해사건과 유사하다. 다른 형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습적인 학대가 이뤄진 점, 법원이 인정한 것과 같이 신체방어능력과 의사표현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이 같은 범죄행위를 한 점, 피해가 신체 모든 부위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점도 같다. 나이는 생후 17개월로 훨씬 더 어렸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비판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숨진 16개월 입양아동 위탁가정이 공개한 입양 전 아동 모습. fn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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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돌 지난 아이에게 비정한 학대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올 1월 장씨와 안모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들 부부에겐 4살짜리 친딸이 있는 상태였다.
정인양은 지난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 실려왔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나선 뒤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초기엔 정인양을 장기간 집에 혼자 두고 가족이 외식을 하러 나갈 때 지하주차장에 방치하는 등으로 학대가 시작됐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사나흘 간격으로 얼굴과 배, 허벅지에서 멍자국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에선 결국 5월 25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의심신고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인양 쇄골에 실금이 생긴 것이 확인됐다. 돌이 갓 지난 시점이었다. 쇄골 손상은 아동학대의 대표적 징후로 여겨지지만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정인양이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살인과 법정형 차이가 크지 않지만 대법원 양형기준 권고에선 큰 차이가 난다. 실제 재판에서 아동학대치사로 징역 15년형 이상을 받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fn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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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신고에도 소극적 처분만, 사망 뒤까지?
6월 29일 두 번째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양부모 지인이 정인양 혼자 차 안에 30분 이상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 양천경찰서와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양부모 면담 후 이번에도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3번째 신고는 장씨가 성형수술을 받은 뒤 이뤄졌다. 당시 2달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양을 보고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말라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입양당시 생후 7개월 때 몸무게가 8.9kg이었지만 생후 16개월 때인 9월 23일엔 8.5kg에 불과했다. 8.5kg은 생후 5~6개월 여아 평균 몸무게다.
소아과 원장 신고로 다시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번에도 아동학대 혐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장씨는 성형수술을 받은 직후라 조사를 하지 않았고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는 안씨 말만 믿고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양은 이후 20여일 만에 숨졌다.
한편 장씨는 정인양이 위독한 상황이던 13일 아이를 집에 두고 근처 시장을 방문하고 병원으로 갈 때도 119가 아닌 택시를 불러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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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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