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수요' 늘며 식품매출 상승했지만 "현재로선 '텅빈 라면코너' 없어"
서울 대형마트 가정 간편식 코너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적지 않은 '반론'에 봉착했다.
18일 여러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사재기 조짐'을 보도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게시물이 연달아 게재됐다.
이들은 "집 앞 마트나 편의점에 생수도 화장지도 쌓여있기 때문에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고 소개하는가 하면 "오히려 언론에서 불안감을 자극해 사재기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주요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단체인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를 상대로 각 점포에서 실제로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대형마트 "점포에 상품 꽉 차"·중소형 마트도 "사재기 전혀 없다"
'사재기'란 매점(買占) 현상을 말한다. 마트 등의 주요 생필품 코너에서 품귀 현상이 확인될 때 이 용어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주요 생필품 코너 품귀현상'이라고 치면 아직 그런 조짐이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점포에 가보면 상품이 꽉꽉 차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재기라면 제조사나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예컨대 라면 코너가 텅텅 비어있는 정도를 그렇게 부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이 시간 현재까지 사재기 현상은 없다"면서 "우리나라 유통 채널이 워낙 발달해 있고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하다 보니, 최근 20년 사이에는 사실상 사재기가 나타난 적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형 마트를 대변하는 한국마트협회의 김성민 회장도 "대형마트에서든 중소형 마트에서는 사재기 현상은 전혀 없다"며 "소위 '사재기 상품(품목)'이라 할 수 있는 라면, 생수, 통조림 등의 매출이 평상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라인 물류 시스템도 잘 돼 있고 집 근처 중소마트나 편의점들이 사실상 식품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어 국민들이 사재기할 이유를 전혀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재기 조짐'을 보도한 매체가 창고형 매장의 가공식품 코너가 텅 비었다며 촬영한 사진 속 제품도 현재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속 제품은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두 종류의 오리 훈제슬라이스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현재 두 제품 모두 판매되고 있고 재고도 있다"며 "판매량 역시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간편 밀키트 코너 |
◇ 주요 식료품 매출 '두자릿수' 상승률…업계 "'집밥수요' 급증 영향 커"
다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의 주요 식료품 매출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1일∼17일 이마트의 라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4% 늘었다. 축산(26.2%), 양곡(24.1%), 채소(21.0%), 과자(17.2%), 과일(10.9%) 등도 매출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라면 매출이 28.8%로 대폭 상승했다. 즉석밥·죽 매출도 36.2% 늘었고, 생수 역시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롯데마트 전체 매출이 8.9% 상승한 데 비하면 증가폭이 큰 편이다.
이러한 품목의 매출 상승세는 '사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식품 매출이 10∼20% 늘었다"며 "2.5단계로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하느라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소비자들이 라면 같은 제품을 (평소같으면) 하나 살 것을 두 개 구매하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중소형 마트에서도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돈가스와 같은 냉동식품이나 안줏거리 판매량이 늘었고, 소주·맥주 매출도 많이 증가했다"며 "연말 모임도 다 취소되고 실질적으로 외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품목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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