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정 1심과 같지만, 직권남용 판단 잘못”
4인은 무죄 또는 감형, 안종범은 1심과 같이 무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 및 활동 방해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이병기(73)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4) 전 정무수석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1심과 같았지만, 1심과 달리 직권남용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는 1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61)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윤학배(59) 전 차관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의 사실인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리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1심과 다른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공무원이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어야 하고 ▷그 직무권한을 남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 결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그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는 인식(고의)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된 쟁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기소한 대부분의 내용은, 피고인들이 청와대 비서실 소속 공무원 또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직권을 남용해 그들로 하여금 문건이나 보고서 등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1심은 이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실 소속 공무원 또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은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담당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실무담당자인 이들의 직무집행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으며 직무집행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 권한과 역할이 부여돼 있지 않아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직권을 남용하게 된 상대방과 그로 인해 권리행사에 방해를 받는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김 전 장관의 복귀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해당 공무원들이지 이석태 당시 설립준비단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 전 단장의 설립 준비에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세월호 특조위의 설립 단계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 되도록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해수부는 2017년 12월 자체 감사를 통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해수부는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이 전 실장 등을 기소했고, 1심은 안 전 수석을 제외한 4인에게 유죄를 인정했지만 실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이 전 실장은 선고가 끝난 직후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영원히 빚진 마음으로 끝까지 유가족들에 대해 마음을 같이 하겠다”고 했다.
dandy@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