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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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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 사건 윤성여씨 무죄… 法 "유죄 인정 증거 없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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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53)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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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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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포·감금해 받은 자백진술 자체가 위법

재판부는 윤씨의 경찰 자백진술이 불법 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피고인을 3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와 앉았다 일어섰다 등 가혹행위를 하면서 자백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윤씨에게 경찰이 불러주는대로 진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조서 작성 절차에 위법이 인정돼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윤씨의 자백진술이 범행현장 등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사건 당시 경찰이 윤씨로부터 받은 진술조서에는 윤씨가 피해자의 집 대문이 잠겨 있어 담을 넘어 칩입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현장 검증조서에는 집 대문에 잠금장치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씨가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별 어려움 없이 담을 넘었다'는 진술조서 내용 또한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이춘재씨의 자백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춘재는 지난달 2일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자백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재확인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윤씨의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 또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과수는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B형으로 윤씨의 체모와 형태학적으로 유사하다는 취지로 감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단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내용에 오류와 모순점이 있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전부를 감정해 작성한 아니기 때문에 범인이 B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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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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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받은 윤성여씨 형사보상금만 17억원 추산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유력 용의자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상소하면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재심은 지난 2월 1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날 선고공판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열렸다.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와 과학수사 분야 전문가 등 21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법원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대로 무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시한인 일주일 이내에 양측의 항소가 없으면 판결은 이대로 확정된다.


무죄가 확정되면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 20년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게 된다.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형사보상금은 무죄 선고가 나온 해의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가능해 19년6개월간 복역을 한 윤씨는 대략 17억 6000만원 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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