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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정진석 "윤석열, 국민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내리고 싶어도 못내려"

매일경제 이상훈·이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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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정진석 "윤석열, 국민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내리고 싶어도 못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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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의회주의 위한 최소한의 거부권"…필버 사회 거부
"尹 ‘조선제일검'…중부권 후보 기대여론 상당"
"야권 대선주자로 상당히 파괴력 있을 것" 평가
인간승리 스토리 가진 김동연에도 기대감
"서울시장 선거에 당 명운 달려, 필승후보 찾아야"
"초선의원들, 잠자던 제1야당 야성 깨웠다"
"민심은 무서운 존재, 하루하루 자중자애해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닌 '반문(反文)' 상징성이 한층 더 커졌다. 그가 끝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으면서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제 정치권 시선은 윤 총장의 이후 행보에 쏠린다. 현 정권과 가장 명확한 대척점에 선 그가 과연 정치에 뛰어들까. 그를 동갑내기 '고향 친구'라 부르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만났다. 그는 윤 총장을 ‘조선제일검'이라고 표현했다. 이하 일문일답.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사진=이승환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사진=이승환 기자]


-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까.
▷이미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내리고 싶어도 못 내린다. 검찰 옷 벗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틀린 팔자다. 윤 총장을 스치듯 몇 번 만나봤다. 대화해 보니 국가에 대한 신념이 나름대로 있더라. 공적 사명감이 있어 좋게 평가했다.

- 정치에 뛰어들면 잘 적응할지 의문이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법전만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경직된 사고를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인문학적 소양도 갖췄다고 평가한다.

-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데, 2022년 대통령 선거를 뛸 가능성은.
▷윤 총장이 야권 주자로 부상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여권 반응만 봐도 그렇다. '윤 총장이 대통령 되면 우리 다 죽는 거 아니냐'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지 않나. 원전 수사 등에 대해 강력하게 수사하니 말이다. 마치 '조선제일검' 같은 모습이 두려운 거다. 이 두려움이 징계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만들었다. 오죽하면 출마금지법을 발의하겠나.

-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후년 대선까지 (국민의힘이) 5연패하면 대한민국은 멸절의 길로 간다. 우리 당에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절체절명의 선거인 만큼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발 이번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국민의힘 후보가 꼭 아니어도 된다는 건가. 범야권 후보 중에 필승 후보를 뽑을 수도 있다는 건가.
▷물론 우리 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헌법 수호라는 두 가지 공동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범야권이 궁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생각 못할 건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는 상당한 효과를 내지 않았나.

- 윤 총장이 보수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지지도를 분석해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악연보다는 윤석열의 '심판자' 역할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원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거다.

- 윤 총장은 서울 태생인데, 충청권 사람으로 봐야 하나.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아버지 고향을 답하는 게 상식이다. 뿌리가 어디냐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윤 총장이 충청 뿌리라고 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당장 나는 이번 총선 때 유세차에 올라가서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 충청권에선 기대가 있나.
▷이제는 중부권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그간 김대중 전 대통령(DJ) 빼고 대통령은 전부 영남 사람 아니었나. DJ가 당선된 건 충청 유권자 덕이 컸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엔 호남이 충청에 빚을 갚아야 하지 않나. 중부권 바람 일으키게 도와줘야 한다(웃음).

- 또 다른 충청 주자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꼽힌다(그는 충북 음성 출신이다).
▷청계천 판자촌의 소년가장으로 혼자 어렵게 공부해 행정고시를 패스했다. 인간 승리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김 전 부총리도 지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괜찮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여러 유력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건가. 당대표 선거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나는 16대 국회부터 있었던 유일한 최고참이다. 일말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왜 없겠나. 내 정치적 목표는 딱 하나다.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념밖에 없다. 여기에 내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 대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진석이 선두에 서야 한다는 주문이 당내에 있다면 기꺼이 그 짐을 맡겠다. 다만 주문을 받들 때는 정치 생명을 걸고 덤비겠다.


- 내년 재·보궐 선거 판세는 어떻게 보나.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가 이기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책임론, 여권 내부는 대분열을 마주하게 될 거다. 이러면 후년 대선은 절반이나 이긴 거다. 반대로 진다면 대선까지 굉장히 어려운 방정식을 마주하게 된다.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길까, 질까 모르겠는 사람을 세우면 안 된다. 확실히 이기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

- 후보가 많긴 한데, 필승 후보가 있는가.
▷우리 내부 경선을 아주 인상 깊게 하면 된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뒤집을 수 있다. 또한 여당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우리가 후보를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내년 보궐 선거의 주요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정농단, 성추행, 부동산 대란에 대한 심판. 거기에다 최근 전 세계가 백신 확보 전쟁을 하는 동안 우리는 우물 안에서 K방역 자랑질만 했다. 국민들이 집권 세력을 향해 회초리가 아닌 육모방망이를 들 거라고 본다.

-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는 어떻게 보나.
▷우리 당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 같다. 제1야당의 잠자던 야성을 깨워준 초선 의원들이 자랑스럽다. 다만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국민은 호랑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먹이를 주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도, 수틀리면 물 수 있다. 그만큼 무서운 존재다. 민심은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하루하루 자중자애해야 한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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