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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성관계 몰카 찍고 “어차피 벌금형” 비아냥 ··· 진짜 벌금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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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몰래카메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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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합의 안 할 거다 ㅋㅋ 벌금 낼 거다 ㅋㅋ’


경남에 거주하는 A(26·여)씨는 남자친구 B(32)씨의 문자를 확인한 뒤 배신감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년 12월께 A씨는 우연히 B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B씨가 자신과 성관계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서 영상을 지웠으나 그 여파는 지속됐다.


A씨는 이 일 등을 계기로 B씨와 헤어졌으나, B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방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게다가 지역에 소문이 퍼지며 지인들과의 관계도 끊기고 일도 못 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처지가 됐다.


애초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없었던 A씨는 상황이 악화하자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B씨는 지인들에게 ‘같이 잘 때 열 받아서 동영상 촬영했거든 ㅋㅋ’ ‘근데 상관없단다. 벌금 나온대’ 같은 모욕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B씨는 ‘합의하고 촬영한 영상’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 B씨 변호인이 A씨에게 “왜 본인이 성폭력 피해자라 이야기하고 다니냐”고 면박까지 줬다.


검찰은 B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구형했으나 법원 판단은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 신상정보 공개나 취업제한도 없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를 유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여러 가지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낮은 형량에도 실망했지만 무엇보다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는 B씨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어 검찰에 항소 의사를 밝혔다.


A씨는 “B씨의 악행과 가해자·피해자가 뒤바뀐 채 퍼진 거짓 소문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며 “B씨의 엄벌을 끌어내 나와 유사한 피해를 본 다른 여성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lx9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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