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확정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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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0~1세 영아수당 지급…‘3+3 육아휴직제’ 신설
“저출산 근본 원인은 일터의 문제 …복지로 해결 안 돼” 지적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부터 ‘영아수당’을 지급하고, 출산 시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15일 확정했다. 임신·출산 전후 육아 지원책을 통해 삶의 질을 끌어올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육아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것만으로는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어렵고, 노동 문제와 관련된 근본적인 해결책은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영아기 육아 부담 더는 데 집중
이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4차 계획은 2025년까지 추진될 인구 정책의 기반이 된다. 위원회는 5년마다 한 번씩 기본계획을 발표하는데, 2015년 발표된 3차 계획은 저출산 극복 패러다임을 ‘출산율 높이기’에서 ‘삶의 질 제고’로 바꾸기 위해 2018년 한 차례 수정을 거쳤다.
4차 계획도 3차와 같이 큰 목표를 ‘삶의 질 제고’로 잡았다. 위원회의 서형수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의 원인이나 그 영향이 사회·경제·문화심리 등에 걸쳐 매우 다층적이고, 개인과 계층마다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여 특단의 조치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의 틀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육아와 고령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모두가 국가의 지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4차 계획은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임신·출산 전후 시기의 육아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정부는 아이 의료비·돌봄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2022년부터 0~1세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의 ‘영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만 7세 미만에게 지급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과는 별개다.
시행 첫해에는 30만원에서 시작해 2025년까지 5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영아수당에 5년간 총 3조원의 정부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부모 한쪽에게 돌봄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3+3 육아휴직제’도 신설하기로 했다. 생후 12개월 미만 자녀가 있는 부모가 모두 3개월씩 육아휴직을 하면 각각 월 최대 300만원(통상임금 100%)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는 육아휴직 첫 3개월은 월 최대 150만원(통상임금 80%)을 주고, 나머지 9개월에 대해서는 월 120만원(통상임금 50%)을 지급한다. 부모 모두 육아휴직에 참여하면 한쪽만 휴직한 쪽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남성 육아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서는 5년간 총 3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외 출산 시 200만원을 지급하는 ‘첫 만남 꾸러미 제도’를 2022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또 다자녀 가구 기준을 현행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바꾸고, 다자녀 전용임대주택 2만75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저소득 가구의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 “고용불안 해소 정책 빠져 있다”
이날 발표된 계획을 두고 3차 수정 계획안까지 민간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개별 정책만 놓고 보면 의미가 있으나, 큰 틀에서의 저출산 문제 대책이라기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핵심 목표에 포함시켜 놓았지만, 정작 그와 관련된 지원책은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차별적인 고용, 노동수당 문제 등을 다뤄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담겨야 하는데, 관련 정책이 너무 없다”며 “여전히 출산을 비용 부담 문제로만 치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 내 성별 격차를 종합공개하도록 한 ‘성평등 경영 공표제 도입’ 등은 의미가 있는데, 어떻게 실행하고 구체화하겠다는 것이 들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도 “일·돌봄·배움·쉼 네 가지 분야에서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모두 다뤄야 하는데, 일터에서의 문제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낮은 출산율은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증거”라며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의 불안정 고용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사회복지제도 내에서만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위원회임에도 결정에 힘이 실리지 않아 실행 단계에서는 예산 집행 권한이 있는 기획재정부 문턱을 다 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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