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 두번 울린 어설픈 부산시 행정

"15일 오후 9시이후 영업금지 안내"…새벽 1시에 단속

PC방업주 "다 같이 버티고 있는데"…시 "해석상 오해"

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카페에 코로나19 확산 방지 동참을 위한 자진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0.1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시 관계기관의 어설픈 행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울렸다.

이날 자정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라 새벽시간 영업한 PC방들이 단속됐는데, 업주들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지침이 적용된다고 지자체로부터 통보 받은 상황이었다.

15일 부산 금정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뉴스1에 "지침 내용이 헷갈려서 금정구청에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문의를 했는데 15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가 아니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주변 PC방들도 다 그렇게 알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단속됐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다 같이 버티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손님들을 다 내보내고 문을 닫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어떻게 빚어졌을까. 관할 금정구청은 부산시에 확인한 대로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부산시 담당부서에 문의해보니 15일 오후 9시부터 적용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영업을 한 걸로 안다며 새벽시간이라 담당공무원이 단속에 함께 나가지 못 했다"고 말했다.

금정구가 PC방 업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독자 제공)© 뉴스1

부산시 담당부서는 금정구에 15일 오후 9시부터 단속대상이 된다고 고지한 사실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고시내용을 보면 효력발생일이 15일 0시부터라고 돼 있고 세부 사항에 보면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고 돼 있어서 해석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15일 새벽에 단속된 업소들은 과태료 부과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행정명령 변경고시 안내문에 단속시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 같아서 담당하는 부서에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결국 행정기관의 어설픈 실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갔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들이 2차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들은 애당초 영업금지를 안내 받았으면 인건비나 전기료 등 각종 비용은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A씨는 "앞 동네에서는 불을 켜고 PC방 영업을 하고 있는데 단속이 안 되는 걸 보고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며 "과태료는 당연히 구제 받는다고 해도 영업피해에 정신적 피해까지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부산지역 한 공무원도 "지금까지 부산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시행일 0시 이후부터 적용되는 걸로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사과하고 넘어가야지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단속에 나선 부산경찰청은 부산시 행정명령 변경고시 내용에 따라 정상적으로 조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등 지침이 시작될 때마다 시행날을 기준으로 0시 이후 단속을 실시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PC방은 15일 오후 9시부터 단속대상이 된다는 고시가 별도로 내려오지 않았다"며 "금정구 담당자에게도 신고를 받은 이후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고 부산시 당직자로부터 0시 이후 단속하는게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sjpark@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