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달러가치 1000원 시대]
최근 원화 강세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경쟁국 통화에 비해 원화강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던 한국의 경제성적이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부터 지난달(11월)까지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원화가 15%, 위안화가 8.3% 상승하는 등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반면 인도(2.9%), 러시아(5.6%), 브라질(-3.4%) 등 신흥국 통화가치는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통화강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양호한 거시경제 여건과 경상수지 흑자가 꼽힌다. 한국은 올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성장률 1위 국가로 전망되는 등 거시경제 여건을 양호하게 평가받았다. 백신개발·접종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 위험자산에 눈을 돌린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국에 꽂혔다. 투자자들은 한국이 보여준 경제건전성이 경기회복국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풀린 대규모 달러 유동성은 한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지난달(11월)에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12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2013년 9월(8조3000억원)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힙입어 코스피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대 달러공급원인 경상수지도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국내 달러 유동성을 키웠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치를 당초 540억달러에서 650달러로 높여잡았다. 최근 수출 동향을 감안하면 650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2018년부터 2014년까지 양적완화로 푼 돈을 이번에는 3개월 만에 다 풀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고, 백신개발 소식에 투자자들의 위험감내 수준이 높아졌다"며 "경기가 가장 빨리 회복되는 한국, 중국으로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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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채산성 악화·통화정책 제약…버거운 '왕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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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최근의 원화강세를 OECD 성장률 1위 국가가 써야 할 왕관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화강세가 모처럼 반등한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환헤지나 해외현지생산으로 환율변동 대응이 용이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에 타격이 집중될 수 있다. 제품 단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원화로 환전한 수출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가를 올리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통화정책 손발이 묶이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자산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원화가 현재보다 더 강세를 보일 수 있어 금리정상화 등에 나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동현 교수는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를 올려야하는데, 그러다가 다시 원화강세를 유도할 수 있어 반갑지 않은 원화강세장이 펼쳐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화강세 부담이 커질 경우 2010년 도입된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외환 건전성 부담금)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 강세 대응을 위해 거주자의 해외투자 한도는 확대하고, 비거주자의 투자등록 절차를 신설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2010년에도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양적완화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왔고, 그 규모가 리스크로 인식될 정도였다"며 "만약 내년에도 원화강세가 일방적으로 나타나면 당국에서도 대응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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