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사이 내린 비로 코스가 젖고 바람까지 불면서 선수들을 괴롭힌 제75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 3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는 KLPGA 멤버 김지영(24)과 유해란(19) 둘뿐이다.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6635야드)에서 열린 대회 3일째 경기에서 김지영이 4언더파 67타, 유해란은 1언더파 70타를 쳤다. 합계 1언더파 212타를 기록한 김지영은 단독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4언더파 209타)와 불과 3타 차 공동 3위에 올라 생애 첫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까지 노려보고 있다.
K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김지영은 우승은 많지 않지만 준우승을 9차례나 거둔 실력자다. 올 시즌 KLPGA 드라이버샷 거리 2위에 올라 있는 장타를 무기로 이날 홀로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듯 화끈한 버디 사냥을 벌였다. 이날 버디 4개를 잡은 김지영은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김지영이 3라운드 우승권에 들어간 것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코로나19로 6월에서 12월로 연기된 US여자오픈은 올 한 해 예선을 폐지하고, 세계 랭킹 자격을 예년의 50위에서 75위로 확대했다. 현재 세계 81위인 김지영은 올해 출전 자격 기준이 된 지난 3월 랭킹에서 72위에 오른 덕에 극적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첫날 75타로 부진해 컷 통과도 불안한 위치에서 출발한 김지영은 둘째날 막판 3연속 버디로 70타를 치면서 힘겹게 3라운드에 진출했고,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우승권까지 치고 올랐다. 3라운드까지 장타 통계에서 5위를 기록한 김지영은 퍼팅 부문에서도 총 81개로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김지영은 경기 뒤 "오늘 늦게 출발한 덕에 날씨가 조금 유리했던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는데 여기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1타를 줄이며 공동 9위(합계 1오버파 214타)에 오른 유해란도 선두에게 5타밖에 뒤지지 않아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첫날 공동 3위에 올랐던 KLPGA 장타퀸 김아림(25)도 공동 9위에서 역전승에 도전한다. LPGA 코리안 시스터스 중에서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 이날 이븐파 71타를 기록해 합계 1오버파 214타에서 뒤집기에 나선다. 세계 2위 김세영(27)은 이날 2타를 잃고 공동 9위로 밀려났지만 특유의 몰아치기 본능을 앞세워 '빨간바지 마법'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첫날 단독 선두였던 에이미 올슨(미국)이 합계 3언더파 210타로 단독 2위에 올랐고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 김지영과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와 미국 동포 노예림이 합계 이븐파 213타를 쳐 공동 5위에서 생애 첫 US여자오픈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이정은(24)은 2오버파 215타 공동 15위에 올라 대회 2연패 꿈을 아직 접지 않았다. 4타를 잃은 박인비(32)는 5오버파 218타로 공동 33위에 머물렀고 180야드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최운정(30)은 공동 51위(7오버파 220타)를 기록했다. 이날 버디 1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잃은 박인비는 "코스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3번 우드를 7, 8번 정도 꺼내 들었던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시부노는 1998년 박세리(43) 이후 22년 만에 LPGA 투어 첫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따내는 선수에 도전한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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