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문을 연 허드슨 야드 광장의 조망시설 '베슬' 전경. 펜실베이니아역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
[랜선 사진기행-26]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기차역으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펜실베이니아역(펜스테이션). 오가는 사람들 틈으로 겨우 밖으로 나왔다. 출입구를 돌아 나오니 빌딩숲 사이로 정원이 딸린 광장과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헬멧처럼 생긴 황동 빛 타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3월 이곳 허드슨 야드 광장에 문을 연 조망시설 '베슬(Vessel)'이었다.
16층 높이의 타워 꼭대기로 이어진 계단들은 벌집 구조를 이루고 있었고 거울같이 반짝이는 타워 표면에 광장의 사람들이 비쳤다. 베슬에 올라서자 허드슨 강과 강 건너 뉴저지까지 보였다. 잠시나마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듯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머리 위로는 하늘이 쏟아졌고 발 아래로 삼삼오오 난간에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사방으로 열린 공간이라 마치 인공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베슬 내부 중앙에서 올려다 본 하늘. 허드슨 야드 일대 초고층 빌딩과 하늘이 함께 보인다(왼쪽). 오른쪽은 베슬 밑에서 외관 구조물을 올려다본 모습이다. /사진=헤더윅 스튜디오·송경은 기자 |
베슬은 뉴욕 맨해튼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펜실베니아역 위 허드슨 야드 광장에 건설된 조망시설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했다. 전체적으로 항아리 형태인데 전망대 80개가 있고 이들 사이 154개 구간이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총 2500개의 계단이 혈관이나 식물의 물관처럼 얽히며 뻗어 있어 '베슬'이라고 불리게 됐다. 헤더윅은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간과 주변을 탐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드슨 야드의 센터피스를 설계하도록 요청받은 헤더윅 스튜디오는 정적인 조형물 대신 이처럼 사람들의 사회적인 만남과 활동,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물을 구상해냈다. 또 계단이 만드는 기하학적 패턴은 그 자체로 구조물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뉴욕시와 계약을 맺고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 릴레이티드의 제프 블라우 최고경영자(CEO)는 "베슬이 '뉴욕의 에펠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슬에는 엘리베이터도 한 대 설치돼 있다.
(사진3 설명) 베슬에서 바라본 허드슨 강 편(왼쪽). 오른쪽은 베슬 앞 광장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헤더윅 스튜디오·송경은 기자 |
한편 '뉴욕의 새로운 보물'로 불리는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 미드타운 서쪽 허드슨 강변의 오래된 철도역과 주차장 등 낙후된 용지에 약 250억달러(27조2000억원)를 투입해 재개발 중인 복합 문화 단지다. 면적 11만3000㎡ 토지에 16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여기에 기업 사무실, 고급 아파트, 호텔, 쇼핑몰, 공연예술센터 등이 자리 잡는다. 미국 민간 부동산 개발 사상 최대 규모로 2012년 착공했으며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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