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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학대 사망' 16개월 입양아··· 檢 "살인죄 추가기소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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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남부지검 "살인 추가기소 없다"
학대치사 무기 가능, 살인과 큰 차이 없어
"미필적 고의 적용 충분히 가능" 비판도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 이후 시민들의 공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양모와 양부를 재판에 넘겼지만 “살인죄를 적용하기 충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10개월 간 지속적인 방치와 학대를 받았고 최소 7군데 골절상과 장기가 끊기는 중상까지 입어 살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살인죄 추가기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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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이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생후 16개월만에 췌장 절단으로 숨진 고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수목장 묘지에 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간 모습. 양부모가 이곳에 정인양을 안치한 뒤 약 한달 간 찾은 사람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온라인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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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살인죄 추가기소는 없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가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양어머니 장모씨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끝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할 혐의는 다 기소했다”며 “(양모에게 살인의 미필적고의가 있다고) 그렇게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올 1월 안모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3월부터 밥을 주지 않는 등 방치가 시작됐고 6월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됐다. 지난 10월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 실려온 정인양은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8일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안씨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이 같은 결정에 시민사회에선 비판이 거세다. 아동학대가 아닌 살인의 고의가 있음에도 아동학대치사로만 기소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16개월 입양아 살인 사건의 양모를 살인죄로, 양부를 살인죄의 공동 정범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살인죄로 기소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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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16개월 입양아동 위탁가정이 공개한 입양 전 아동 모습.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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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인정하고도 남아" 비판 쇄도
정인양 사망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시민들은 양부모에게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왔다.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피켓운동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해당 청원 작성인은 “16개월 아기를 쇳덩이로 수차례 내리찍고 방치하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이 사건을 학대치사죄로 다스린다면 앞으로 아기를 죽이고 싶은 사람들은 살인죄보다 가벼운 학대치사죄를 받기위해 잔인하게 학대하여 죽일 것이며, 오히려 아동학대를 권장하는 격이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입양아 위탁모 활동 경험이 있는 주수영씨(42·여)는 “정인이에게도 그렇고 그 아이를 맡았던 위탁모에게도 얼마나 큰 상처고 고통이었겠냐”며 “살인의 고의를 따지기 어렵다고 법률적으로 학대치사만 적용하자고 넘어가는 건 검찰이 제 역할을 회피하는 게 아닌가”하고 비판했다.

정인양과 또래 아이를 키우는 박영서씨(36) 역시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충격을 받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아이 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뼈가 7개나 부러지고 그렇게 멍이 들고 할 정도면 그 조그만 애가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재판에선 학대치사와 살인이 양립하기 어려워 학대치사를 적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살인엔 자신의 행위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하지만 아동학대는 아이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과 아동학대치사로 받을 수 있는 처벌 역시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 이외엔 큰 차이가 없어 실익 역시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반면 아동학대치사 대법원 양형기준이 10년이고 특별조정할 경우 최고 징역 15년까지의 형을 권고하고 있어 여전히 살인죄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아동학대치사 법정형은 5년 이상 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라 살인죄랑 큰 차이는 없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동학대치사만 적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살인으로 안 하고 아동학대치사로 한 걸 담당하는 검사가 어떤 나쁜 의도를 갖고 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사로 보는 것과 실제 기록을 보는 게 다르긴 하지만 (기사에 나온 것만 봐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검찰은 9살 난 의붓아들을 7시간이나 가방에 가둬놓고 물을 주지 않고 위에 올라가 뛰는 등 학대해 끝내 숨지게 한 성모씨 사건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한 뒤 살인혐의를 추가기소한 바 있다. 지난 9월 1심 재판부는 성씨에게 징역 22년형을 선고했다. 성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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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관련 통계.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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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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