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핀셋규제 실수요자에겐 대못
5대 시중은행 대출잔액 첫 5영업일 동안 2343억원 감소
"상환 가능한데 대출을 막아놓으면 어쩌라는 거냐"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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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효진 기자] 연소득 8000만원 이상으로 탄탄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성수(44ㆍ가명)씨는 1주택 보유자다. 자가 소유의 아파트는 경기도 분당에 있지만 직장은 서울 마포에 있어 2년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얻어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아파트를 비워달라고 하는 바람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같은 단지 안에 전세매물을 찾고 있지만 급등한 전셋값에 보유 자금보다 1억원을 더 마련해야 해서다. 문제는 최근 신용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 김 씨는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인 데 전세대출은 물론 신용대출도 막혔다"면서 "신용도 높고 상환도 가능한 고신용자들의 대출을 막아놓으면 어쩌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 일주일이 된 가운데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 창구에 까다로운 대출 조건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상환 능력이 충분한 데도 대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요자들의 불만이 속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신용대출 요건 강화 이후 일주일간 5대 은행 대출액이 크게 줄면서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생활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로 인해 증가세가 멈췄다. 지난달 30일 133조6924억원이었던 신용대출 잔액은 규제 시행 일주일째인 지난 4일 133조4581억원을 기록, 2343억원이 감소했다. 새 신용대출 규제 예고 전인 11월 첫째주(11월2~6일) 1793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1억원 넘는 신용대출 받을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실수요자들 신용대출 규제에 발 동동"주택가격, 전세가격 상승세 이어지는데, 왜 대출만 규제" 불만도
문제는 대출 문턱은 높아졌지만 주택매매가격, 전세가격 등이 치솟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마저 커졌다는 데 있다. 돈 들어갈 곳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대출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들의 자금융통 창구만 조인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서울 중구에 사는 최민석(45ㆍ가명)씨는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아버리면 어쩌자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내년 5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최상곤(36ㆍ가명)씨도 "여자친구와 각각 1~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했는데 불가능해졌다"며 "주택담보대출도 안되는 데 신용대출까지 막으려면 집값부터 잡고 시행했어야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시중은행 창구에도 항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중구 소재 A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이후 은행 지점에 신용대출을 신청하러 오는 고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대출 상담을 받으러 와도 대부분 높아진 금리와 낮아진 가능 한도를 들은 후 그냥 돌아간다"고 귀띔했다. B 은행 관계자는 "규제 시행 전에 미리 자금을 융통해두지 못한 고객들이 정확한 규제의 기준 등에 관해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업점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는데, 세부적인 측면에선 향후 사례별로 보완이 뒤따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주춤해진 신용대출 증가 속도는 당분간 강화된 규제 영향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은행들이 대출 속도를 조절하라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새 규제 적용 외에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출 조이기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직장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고신용자 대상 대출금리를 각각 0.10%포인트,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인터넷은행들도 대출 속도조절 위해 금리를 인상 중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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