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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부소산성서 '乙巳年'(을사년) 새겨진 명문토기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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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년에 토기제작 추정…백제∼통일신라시대 성벽·집수시설도 확인

연합뉴스

부여 부소산성에서 출토된 명문 토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백제 사비도읍기(538∼660) 왕궁으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의 북쪽 부소산성(사적 제5호)에서 토기의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乙巳年'(을사년)이 새겨진 명문토기가 출토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부소산성 긴급발굴조사에서 명문이 새겨진 토기를 비롯해 백제∼통일신라 시대 성벽, 기왓조각으로 쌓아 만든 와적기단(瓦積基壇) 건물터, 집수시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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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성 전경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소산성은 사비도성의 배후산성과 왕궁성으로 추정되는 유적으로, 성의 둘레는 약 2천200m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연차 발굴조사를 진행해 백제∼조선 시대에 축조한 성벽, 땅을 파고 조성한 백제 시대 수혈 건물터와 경계 구분이나 방어시설인 목책열(木柵列), 군수물자를 보관하던 조선시대 군창터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 출토된 '을사년' 명문 토기에는 '乙巳年三月十五日牟尸山菊作'(을사년삼월십오일모시산국작)과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마지막 글자를 더해 총 14자가 새겨져 있다. '을사년 3월 15일 모시산 사람 국(菊)이 만들었다'로 해석된다.

연구소는 "토기의 제작연대는 645년, 제작지는 예산군 덕산면(모시산)으로 추정되며, 제작자는 국(菊이란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마지막 글자는 기와 와(瓦) 자의 옛날 표기로 추정되나 현재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기와 와 자는 질그릇을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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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사 구간 집수시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명문 토기는 삼천궁녀를 기리는 사당인 궁녀사 구간 집수시설에서 '北舍'(북사)란 글씨가 새겨진 토기, 중국제 자기, 칠기(漆器) 등과 함께 발견됐다. '북사'는 중심 시설 북쪽에 위치한 공공적 성격의 부속건물을 뜻한다. 북사가 새겨진 토기는 백제 사비왕궁 지구인 관북리 유적, 익산의 왕궁리 유적, 익산토성 등 왕실 관련 유적에서 출토된 바 있다.

이번에 출토된 백제 시대 토기는 완형에 가까운 기대(器臺, 그릇받침), 구슬 형태 손잡이가 있는 보주형(寶珠形) 뚜껑, 전달린토기(위쪽 가장자리가 조금 넓게 돌출된 토기)가 많았다. 7세기 신라 병형토기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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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사 구간 집수시설 출토 유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긴급발굴은 지난 7∼8월 부소산성 내에 너비 1m, 깊이 0.8m의 재난 방재 관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성벽, 건물지, 추정 집수시설 등 유구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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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창터 구간 와적기단 건물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조사에서는 군창터 구간, 사자루 구간, 궁녀사 구간 등에서 백제 시대 다양한 유구(遺構, 건물의 자취)도 확인됐다. 군창터 구간에서는 백제 중요유적에서 주로 확인되는 와적기단을 갖추고 둥근 모양으로 다듬은 초석(기둥을 받치는 돌)을 사용한 건물터가 발굴됐다.

사자루 구간에서는 백제∼통일신라 시대 성벽, 굴립주 건물(掘立柱建物, 기둥밑동을 땅속에 박아 세우는 건축 방식) 터, 사각형 초석을 사용한 건물터 등이 조사됐으며, 궁녀사 구간에서는 집수시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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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발굴조사 중 확인된 유구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유구는 백제∼통일신라 시대 성벽의 축조방식과 산성 내부 공간의 활용방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문화재청(http://www.youtube.com/user/chluvu)과 국립문화재연구소(https://www.youtube.com/nrichpr)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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