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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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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 무덤 주인공은 여성 왕족…장신구 등 일괄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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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정밀발굴조사 진행해 유물 일괄 발굴

발굴 장신구 고려할 때 여성 왕족 추정…무덤 축조연대는 5세기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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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발굴된 무덤 주인공 착장 장신구 세트 모습.(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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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금·은 팔찌 12점, 금·은 반지 10점, 은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 조합,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된 금동 장식 수십 점, 돌절구‧공이, 바둑돌 200여점, 운모 50여점 등이 한꺼번에 발굴됐다. 쪽샘지구는 4∼6세기 신라 귀족의 무덤 800여기가 모여 있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경북 경주시 황오동 소재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유물을 일괄 발굴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발굴된 장신구의 조합은 전형적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나오는 장신구 양식들이다.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런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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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세부.(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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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구의 구성(조합상)과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44호의 주인공은 신라 돌무지덧널무덤 축조기의 최상층(왕족)으로 추정되며, 장식대도가 아닌 은장식 도자를 지닌 것으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추정했다.

출토유물을 기준으로 한 피장자의 신장은 약 150㎝ 전후로 추정되는데 금동관, 귀걸이, 팔찌, 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점도 피장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장신구 크기가 작은 점은 기존 조사 사례 중 금령총과 유사하다.

금동관과 은허리띠 장식은 현재로선 정확한 문양과 형태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추후 보존처리를 통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4호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연대는 출토된 토기, 금귀걸이나 금팔찌의 형태 등이 금관총 출토유물과 유사한 점으로 비춰볼 때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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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 금동장식과 재현품.(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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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물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비단벌레 장식이 있다. 주인공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궤(부장품 상자) 상부에서 수십 점이 확인됐다. 비단벌레의 딱지날개 2매를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해 만든 장식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1.6×3.0㎝에 두께는 2㎜정도 소형이며, 신라 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가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이다.

비단벌레 장식은 기존 신라 고분에서도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어 이번 44호 피장자의 위계를 상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물로 판단된다. 또한 지금까지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은 모두 마구에 사용됐기 때문에 이번 비단벌레 장식도 안장이나 장니(말다래)에 매달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돌절구와 공이는 주인공 머리맡 부장궤 안 철솥 바로 옆에서 함께 확인됐다. 돌절구는 바닥이 평평하고 세로로 긴 형태이며, 화강암을 연마해 위쪽에 얕은 함몰부를 만들었다. 돌절구의 크기(높이 13.5㎝, 폭 11.5㎝)와 함몰부의 용량(약 60㎖)으로 보아 곡물을 빻는 실질적인 용도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부장됐을 수도 있고, 약제를 조제하는 데 사용한 약용 절구(현대의 막자사발과 같은 용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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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절구와 공이(왼쪽), 바둑돌 모습.(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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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은 피장자 발치 아래에 부장된 토기군 사이에 대략 200여점이 모여진 상태로 확인됐다. 크기는 지름 1~2㎝, 두께 0.5㎝ 내외이고 평균적으로 1.5㎝ 정도의 것이 가장 많다. 색깔은 크게 흑색, 백색, 회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인공적으로 가공한 흔적이 없어 자연석을 그대로 채취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효성왕(재위 737∼742)대 기록에 효성왕이 바둑을 뒀다는 내용과 신라 사람들이 바둑을 잘 둔다는 내용 등이 확인된다. 이번 바둑돌은 기록에 전하는 신라인들의 바둑문화에 대한 실물 근거자료다. 또한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돼 당시 바둑이 남자의 전유물로 이해되기도 했지만, 이번 피장자는 왕족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어 바둑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료로 기대된다.

한편 2014년부터 진행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분 발굴조사는 올해로 7년차다. 현재 매장주체부 유물 노출까지 진행됐다. 그동안 호석 주변에서 행해진 제사흔적, 봉분 성토방식, 적석부 구조와 축조방식, 다양한 지점에서의 의례행위 등이 확인돼 중대형 적석목곽묘의 구조와 축조방식을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자료가 확보됐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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