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갈등 여파로 개혁입법 차질
측근 사망에 비통한 심정 밝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아무개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의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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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이 겹쳐서 왔다. 임기 반환점을 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 겹의 불운에 고전하고 있다. 20% 선을 오르내리던 대선주자 선호도가 10% 중반대로 내려앉았고, 최측근 참모가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었다. 가시적 성과가 급한 개혁입법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유탄을 맞아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그에게 2020년 초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질 법한 이유다.
이 대표는 6일 검찰 수사를 받다 숨진 이아무개 대표실 부실장에 대한 애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그가 당대표에 취임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대표는 이른 오전 페이스북에 “자네 영정 아래서 나는 겨우 울음만 누르며 기도만 드렸네. 자네가 깊게 깊게 사랑했던 고향땅으로 자네를 보내 드리네. 아프네”라며 비통한 심정을 적었다. 이 부실장은 지난 3일 옵티머스자산운용 쪽에서 복합기 임대료를 지원받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대표와 측근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가 이 대표를 겨냥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하락 조짐을 보이는 대선후보 선호도 역시 이 대표에겐 좋지 않은 신호다. 최근 이 대표의 선호도 수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함께 떨어졌다. 2년 넘게 지켜온 ‘차기 주자 1위’라는 ‘시장 지배적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추-윤 갈등’ 등 외부적 요인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그에게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성’은 그가 당대표 임기 중에 확보할 수 있는 최대 프리미엄이다. 문제는 이 과업 역시 추-윤 갈등의 장기화와 당 지지율 하락의 여파로 추진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이 대표가 추진해온 역점 과제는 여전히 완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위한 사참위법 개정안도 제자리걸음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당의 주도권 확보와 자신의 대선 레이스를 위해 현안 대응과 대야 전략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면 전환이 절실한 그로선 대야관계의 파국을 감수하고라도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개정안 등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지지자들 앞에 성과를 보여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며 “시간이 더는 우리 편이 아니다. 정기국회에서 입법 진도를 뽑아내거나, 이번이 어려우면 임시회를 소집해서라도 더한 추위가 오기 전 숙제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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