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잇따른 구두개입에도 원화강세 지속
당국·수출기업 긴장 속 모니터링
"원화강세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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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성기호 기자]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에 수출기업과 외환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날 1100원선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90원도 깨지며 파죽지세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달러 약세·위험자산 선호·한국의 양호한 경제지표 등을 고려하면 원화강세는 피할 수 없는 요인인데, 그렇다고 가파른 환율 하락을 두고만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90원 아래로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우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바짝 긴장하며 환율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9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89.66원에 거래 중이다.
최근 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당국 수장들은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환율 하락 쏠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은 단기간 환율 하락을 방어하긴 했지만, 이내 다시 떨어졌다.
수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이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수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원ㆍ달러 환율 1100원, 대기업은 1000원을 환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자동차 업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완성차 5사 기준으로 매출이 약 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ㆍ기아자동차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상시적으로 다양한 통화의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단기적인 환율 하락에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며 "하지만 환율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출기업의 특성상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수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반도체도 환율에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원자재와 장비 등을 달러로 구매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와 정유업계도 환율 하락으로 매출 악영향이 우려된다. 연말 결산 실적에서 원화 환산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 수위를 높이고 환율 하락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당국이 외환시장에 무작정 개입하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재무부에 의해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외환당국 개입이 원화 강세를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돈을 풀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선방해 원화 강세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한국 수출이 플러스 전환하며 교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 등이 위험자산 선호를 확대했다"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위안화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 역시 원화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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