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 공식 입장 발표
사법적 과오 적시한 안내판 설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사진=연합뉴스) |
충청북도는 동상을 철거하는 대신,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3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동상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할 것”이라며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철거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동상 철거·존치로 갈려 있는 도민 여론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5.18 민주화 운동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 편의 역사라는 인식에서 내려진 고육지책임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나누는 데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충북도는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 마련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찬반 여론으로 무산됐다. 지난 11월19일에는 한 50대 남성이 전두환 동상의 목 부위를 줄톱으로 훼손하다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지난 11월19일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 동상을 50대 남성이 줄톱으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청남대 관리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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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 이 같은 결정에 동상 철거를 요구해온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지사의 존치 결정에 통탄한다”며 “위법이 아니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억지 논설을 펴는 것이 더욱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왜 정의로운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회피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정의도 바로 세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라”며 “학살반란자의 동상이 있는 청남대 안 가기 운동을 전개하고, 잘못된 행정에 대한 법적·정치적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민간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남대를 방문한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조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한 차례도 없고 2017년 3월 파면 결정이 나면서 관련 산책길이 조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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