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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은 지금 구토중

아시아투데이 김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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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은 지금 구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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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 다이어트 계절…대학가 잔인한 봄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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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대학생 K씨(여·22)는 폭식을 하고 바로 구토를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화장실을 찾지만 주변 사람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학교생활도 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마른 체형’이다.
K씨는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한다”며 “학교에서도 밥을 먹고 살이 찔까봐 두려운 마음에 토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 대학생 B씨(여·20)도 심각한 섭식장애다. 개강 후 자신의 몸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음식을 씹다가 뱉어 버리거나, 토해버렸다. 이렇다보니 키 160cm에 몸무게는 35kg까지 떨어졌다.

살찌는 게 무서운 여대생들의 섭식장애(거식증·폭식증 등 음식 섭취와 관련한 장애)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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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학가에 따르면 꽃샘추위가 지나고 노출의 계절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도가 지나친 ‘다이어트 강박’으로 고민하는 여대생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체중조절에 대한 상담을 위해 캠퍼스 내 학생상담센터를 찾는 여대생들이 부쩍 증가했다.

체중조절에 대한 여대생들의 스트레스는 경미한 수준부터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는 병적인 수준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 상담센터를 찾은 여대생 김 모씨(23)는 “친구가 1년에 걸친 거식증으로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친구는 먹는 걸 거부하고 간간이 채소 몇 조각을 먹을 때면 불쾌감에 모두 토해버린다”며 자신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정신적인 우울감 및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상반기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여·25)는 기업들이 면접에서 외모를 많이 본다는 말에 새학기들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욕억제제 복용으로 한 달에 4kg을 감량한 박씨는 식사조절로 몸무게 유지를 위해 학교 상담센터를 찾았다.

이렇게 다이어트가 학생들의 고민거리로 떠오르자, 학교측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팔 걷고 나섰다. 바로 살을 빼면 학점을 주는 강의를 개설한 것. 한국외대 ‘다이어트와 건강관리’, 연세대 ‘건강한 대학생활을 위한 비만관리’, 건국대 ‘현대인의 다이어트’ 등 과목은 수강 신청이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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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대생들의 무리한 다이어트 열풍은 극단적 식이제한 및 장기간 체중조절로 인해 폭식이나 구토 등의 이상행동까지 하는 이른바 ‘섭식장애’로 발전하게 된다.

섭식장애는 영양실조, 전해질 불균형, 호르몬 변화 등 신체적 손상, 심리적 어려움은 물론 사회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생명의 위협까지 가져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섭식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자신을 존중하는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소연 혜천대 간호학과 교수는 “똑같이 다이어트를 해도 자신에게 신념이 있는 학생은 식이조절에 실패해도 ‘다시 하자’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에게 신념이 없는 학생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구토 등의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허미숙 바디위시한의원 원장은 “완벽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은 일의 성취를 통해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곤 하는데 여대생들 중 이런 성향을 외모로 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미디어 등에서 마른 체형이 유독 선호되다보니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에 맞추려는 강박관념이 폭식증거식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또 “치료의 첫발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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