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물질 생산 모습. /셀트리온 |
셀트리온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2상을 승인받은 후 2개월 만에 피험자 모집을 완료한 것과 달리,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다른 기업들은 국내서 피험자를 단 한 명도 모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외 임상을 동시에 추진해 국내 당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절차 등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일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7월 1일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목표 시험 대상자 수는 총 100명이지만, 12월이 지난 현재까지 시험대상자를 한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약 6개월째 본격적으로 임상 2상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종근당(185750)은 지난 6월 17일 CKD-314(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 2상을 승인받았지만, 국내 첫 시험 대상자는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 임상 2상 기간을 올해 9월부터로 잡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3개월째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 5개월 동안 환자 모집 ‘0명’을 기록 중인 이들 기업과 비교하면 셀트리온(068270)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2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9월 17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2·3상을 승인받고 11월 25일 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계획보다 약 10% 많은 327명을 모집했다. 전체 임상 2상 대상자 중 한국인은 약 10%에 해당하는 30여 명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해외에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종근당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시험의 지속 권고를 받았다. DSMB는 목표로 하는 임상 대상자 수 50%를 완료한 시점에서 피험자의 안전성에 대한 점검과 임상의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종근당은 DSMB 권고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임상시험을 끝내고 국내에서 내년 1월 조건부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해외 임상을 국내에서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서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은 만큼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해외에서 임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러시아 외 멕시코 등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서 임상을 추진중인 카모스타트와 별개로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임상 2상을 서두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환자 모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미국에서 약물재창출이 아닌 코로나19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계획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임상 시험에 환자 모집을 과도하게 지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부분의 회사가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업체에만 일종의 특혜를 준 거 같다"고 했다.
앞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11월 24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감염내과 전공의인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의료기관마다 찾아다니며 환자 등록에 노력을 많이 했다"며 "항체치료제의 경우 국내 환자 등록이 상당히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은 설명도 잘됐고 (환자로부터)동의도 잘 구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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