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시범운영 중인 우정사업본부 `자율주행 무인우체국`에서 한 고객이 무인택배를 보내고 있다. [이승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시기에 우체국에 직접 가지 않고 공부하던 곳 앞에서 바로 우편물을 보내고 수령할 수 있어 좋아요. 좀 더 노선과 시간이 늘어 밤에 기숙사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김도영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과 1학년)
코로나19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비대면(untact) 전자상거래가 화제인 가운데 우정사업본부가 '자율주행 무인우체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자율주행 무인우체국은 디지털 뉴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로 조성되는 세종시 같은 곳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신규 우편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과제다. 우정사업본부는 11월 한 달간 115회의 무인우체국 시범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쳐 내년에 차량대수를 3대로 늘리고, 운영 범위도 세종시 국책 연구단지까지 한층 확대해 최적 경로 탐색 등 데이터 기반 혁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오전에 방문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는 빨간 우체국 색상이 칠해진 앙증맞은 모양의 전기차가 시속 5㎞ 정도 속도로 조용히 교내를 순환하고 있었다. 귀여운 모양이지만 라이다와 레이더, 5G 장비까지 첨단기술이 집적된 자율주행 차량이다. 학생회관, 학술정보원 등 정차지에서는 측면 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자율주행차가 고객들이 탑승해 우체국 업무를 볼 수 있는 '무인우체국'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이날 학술정보원에 무인우체국 차량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대학교 직원이 우편 업무를 보러 차량에 탑승했다. 우편물을 보내는 데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우편 주소 등 세부 사항을 미리 앱으로 입력하고 결제도 해두면 차량에서는 QR 코드만 제시하고 물건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차량 내부에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하고, 택배 접수를 할 수 있는 단말기와 무게 측정기, 택배보관함 10개가 마련돼 있다. 보관함은 시간대별 물량에 맞춰 운용된다. 접수 시스템은 편의점 무인택배 방식과 비슷해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최승록 포스트큐브 대표는 "접수 단계부터 전 과정을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라며 "우편물은 접수 즉시 우편물류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된다"고 말했다.
운행과 관제에는 스프링클라우드 기술이 도입됐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차량은 시속 5㎞로 운행됐지만 내년 하반기에 일반 도로로 나가면 안전을 최우선시해 25~30㎞까지 속도를 올리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11월의 시범사업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등에 한정해 10시 30분, 11시 30분 식으로 정해진 시간에 차량이 이동하는 '정기방문 + 예약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됐고, 자율주행차도 프랑스 나브야 차량을 이용했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는 국산 자율주행차량을 추가하고,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장소로 우편물을 배달하는 '수시방문' 방식의 비정기배송도 할 예정이다. 비정기배송은 우선 국책연구단지 인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서비스한다. 세종시가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5G 서비스를 이용한 자율주행 시범운용도 이어갈 수 있을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1월 한 달간 170명이 243건의 택배 물량을 이용했다"며 "하루에 1~4회는 정기배송으로, 5회째는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온디맨드' 방식으로 운용해 최적 경로 등 데이터를 얻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성과"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무인우체국 운용 범위가 넓어지면 긴급의약품 배송 현장에도 활용될 수 있고 드론, 배달로봇 등과 협력도 할 수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말 시연 현장에서 "이번 시연 행사는 디지털뉴딜의 실현과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한 미래 우편물류 서비스의 신호탄이 돼 스마트시티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해 비대면 우편물류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개발된 기술이 조기에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