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의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 그러니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5.18 당시 군의 헬기사격이 인정되며, 전씨가 이를 부인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전씨는 오늘(30일)도 사과하지 않았고요. 법정에서 조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이 서로 뜻이 통한다는 말이죠. 워낙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는 고사성어인데, 과거엔 시대상을 반영한 유행어도 만들어졌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4월 27일) : '이순자 마음이 전두환 마음이다' 1980년대 유행했던 넌센스 퀴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류작으로 '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란 뜻풀이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의 금슬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부부가 생각하는 것도 똑 닮았습니다.]
[전두환 (2012년 3월) : 내가 대통령을 7년 했습니다. 내가 이제 7년을 딱하고, 시범을 보이고, 모범적으로 한번 하고, 그다음 내 후임 대통령들은 5년씩만 해라. 거의 미국식과 같은 민주주의를 했다고 내가.]
[이순자 (2019년 1월 / 화면출처 : 뉴스타운TV) :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전씨는 오늘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의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했습니다. 연희동 자택을 나서는 전씨 늘 그렇듯 이순자 씨도 동행했는데요. 집 앞에 몰려든 시위대를 향해 사과 대신 짜증을 냈습니다. 여전히 정정한 모습입니다.
[전두환 : (전두환! 이순자! 대국민 사과해라 이놈들아! 전두환 이 더러운 놈. 대국민 사과해라 이놈아!) 말조심해 이놈아! (전두환 이놈아. 이리 와, 이놈아. 네 이놈! 전두환! 전두환 이놈!)]
집을 나선 지 약 네 시간 만에 광주지법에 도착했습니다.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헬기 사격을 여전히 부인하느냐' 등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는데요. 지난해 3월 재판 날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 "이거 왜 이래" 이렇게 호통을 친데 비하면야 차라리 답을 않는 게 낫다 싶기도 합니다.
재판은 오후 2시에 시작됐고요. 전씨의 혐의는 '사자 명예훼손'입니다.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5.18 때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죠. 재판의 최대 쟁점은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아닌지 여부입니다. 일반 명예훼손 혐의는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성립할 수 있지만, 사자 명예훼손 혐의는 '허위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유죄가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4월 재판 날 시종일관 꾸벅꾸벅 졸던 전씨는, 헬기 사격 부분을 다투는 대목에선 벌떡 깨어나서 또박또박 부인했다고 합니다.
[고 조비오/신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구술 녹취록) : 성당 밖으로까지 나와 보니까 헬리콥터가 보여. 그 정도 높이에서 이렇게 슥 가면서 픽, 드르르 하면서 쏴는 거라. 그 소리였어. 처음에 났던 것도. 그날이 21일이야. 그리고 발포한 날도 21일이야. 그때가 1시 반부터 2시 반 그 사이거든.]
[전두환 (지난해 11월 7일 / 화면제공: 임한솔 전 정의당 부대표) :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 내가 이 사람아. 내가 이 사람아. 내가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군에서 명령도,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해?]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헬기 사격 목격자 진술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유죄 입증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또 5·18 당시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던 사람, 안병하 전 치안감의 증언도 책으로 나왔죠. 전씨가 5·18전에 광주를 방문했다는 겁니다.
[안호재/고 안병하 치안감 아들 (5월 11일) : 아버님이 광주에 대한 실상을 이제 보고했죠. 그래서 그 보고를 받으러 전두환이 왔었고…]
반면 전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한 증거와 제가 새로 발견한 내용을 토대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변론서 450쪽을 제출했는데 이것을 보면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450쪽짜리 최후 변론서에는 '헬기사격을 지시한 문서가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 '국과수 연구원이 쓴 추리소설', '정황증거라는 허접쓰레기들' 등의 목차가 적혀 있는데요. 정 변호사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 문서를 직접 읽으면서 "그 어떤 정의도 진실을 앞설 수 없다", "헬기사격설은 비이성적 사회가 만든 우상으로, 편견이 만든 허구"라고 말했습니다.
[정주교/전씨 측 법률대리인 (지난달 5일) : 구형에 대해서는 저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건 진실을 밝히는 문제고, 거짓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이고 진실하면 또 그 진실이 해명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저는 진실입니다.]
앞서 이뤄진 민사재판, 그러니까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헬기를 통한 공중 사격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소명됐다"면서 "전씨는 자기 변명적 진술 조서 또는 일부 세력들의 근거없는 주장에만 기초, 회고록에 사실과 다른 서술을 했다"고 지적했고요. 회고록 1·2판 속 5·18 관련 표현 69개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월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등에게 7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오늘 나온 건 형사재판 선고입니다. 마찬가지로, 또 예상했던 대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행한 역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5.18 당시 군의 자국민을 향한 헬기 사격이 인정되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전씨는 오늘도 재판장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재판부의 마지막 당부를 무색하게 했는데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5.18 헬기사격 있었다" 법원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유죄"…징역 8월·집행유예 2년 선고> 입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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