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앞에서 재판 결과 듣고 순간 정적…유죄 판결 긍정적 의미
전두환씨의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1심 형량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으로 선고되면서 오월단체들이 다소 낮은 형량이 아쉽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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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30일 오후 3시께 광주지방법원 앞. 전두환씨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가 내려지자 시간이 멈춘 듯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형량이 선고되자 재판 결과를 기다렸던 시민들은 형량이 기대한 것보단 적다는 분위기였다.
침묵도 잠시, 곳곳에서 “전두환 구속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승원(55)씨는 “전두환이 이번에는 구속될까 싶었는데 역시나 집행유예였다”며 “이미 오래전 감옥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사람이 유죄 판결이 있음에도 밖에서 광주시민들을 우롱하고 다닐 것이 염려스럽다”고 한탄했다.
오월단체 측에서도 형량이 너무 낮다는 아쉬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만 이날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 조비오 신부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재판 도중 재판장이 전두환씨에 대해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 유죄의 항목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내용이다”며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사적 무게로나 시민들에게 가했던 모독으로 놓고 본다면 형량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지만원 등은 5·18에 본 책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두환과 비슷한 형량이 주어진 것을 보면 문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오늘의 유죄 판결은 5·18 진상규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5·18의 주범인 전두환은 최근 회고록을 발간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번 재판은 형식적으로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따지는 재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역사적 사실을 가리는 재판이다”고 주장했다.
또 “전두환이 5·18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헬기사격에 대해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이번 재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거들었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고심을 많이 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 학살을 자행한 것이 사실로 판결이 났으니 앞으로 진상규명에 있어서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진 날이다”고 말했다.
항소를 통한 2심에서는 더 엄중한 판결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박재만 시민사회단체 협의회 상임대표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전두환에게 다소 너그러운 판결을 내린 법원에 유감이다”면서 “조금 더 엄중한 판결이 있기를 시민사회가 함께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씨는 지난 2017년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전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1심 선고재판에서 재판장은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로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조 신부가 목격한 5월 21일 상황을 중심으로 유죄를 판단,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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