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거리두기 단계 일부 상향
사우나 중단 호텔·파티룸 행사 등 금지
자영업자·소상공인 경제적 타격 불가피
시민들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분통
전문가 "나 하나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 생각해야"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가 출국하려는 이용객으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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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슬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영업 제한을 받는 업종의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감염 상황이 심각한 부산, 강원 영서, 경남, 충남, 전북 등의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2단계가 적용 중인 수도권에 대해서는 현행 2단계를 유지하되 감염 우려 시설에 대해서는 강력한 '핀셋 방역' 계획을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률적인 것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정밀 방역'을 통해 국민의 일상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방역의 효과는 다 거두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업 제한을 받는 업종이 현행보다 늘어나 해당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거리두기 방침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사우나·한증막 시설(발한실)의 운영은 중단되고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Group Exercise)류의 시설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받는다.
아울러 학원·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와 노래 교습도 비말(침방울)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학생·강사의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금지된다. 다만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을 고려해 대학 입시를 위한 교습은 제외된다.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내 헬스장과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의 복합편의시설도 운영도 중단된다.
지난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주말여행, #제주여행 등의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글이 수십 개 게재됐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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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호텔,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에서 주관하는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 등도 모두 금지된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들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3일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일주일간 수험생 학부모의 마음으로 일상적인 친목 활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으나 이를 외면하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인 28일과 29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호캉스','여행 인증샷' 등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게시글이 수십 개가 게재됐다. 사진 속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고 있거나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는 등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신민지(23·가명) 씨는 "주말 내내 집에만 있어 달라는 방역 당국의 호소를 보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제주도에 여수에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더라"며 "누구는 밖에 나가서 안 놀고 싶겠나.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주말에 놀러 나간 친구들 게시글을 보며 '멀어져야겠다'라고 다짐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는 여행을 떠나는 이용객들로 분주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박수철(41·가명) 씨는 "거리두기가 상향되면서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없으니 가게에 손님이 확 줄었다. 그런데 공항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모습을 뉴스로 접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 결국 죽어가는 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너도나도 다 힘든 상황인데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방역 수칙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중인 22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한 커피숍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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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에 따르면 시민들의 이동량도 지난 8월 거리두기 2단계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지난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1~22일 동안 전국 이동량은 6586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이 3213만5000건, 비수도권이 3373만4000건이다.
거리두기 1단계 조정 직전 주말이던 10월 10~11일과 비교하면 전국은 3.9%(266만2000건), 수도권은 2.8%(91만3000건) 감소했으나 지난 8월 거리두기 2단계 기간 주말 수도권 이동량이 2504만3000건까지 감소했던 것과 견주면 이동량이 28.3%(709만2000건) 많은 상황이다.
전문가는 방역수칙 준수 여부로 인해 이를 잘 지키는 집단이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의 무책임한 여가 활동에 대해서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 신중히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보니 거리두기에 안일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권고를 잘 지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 또는 개인의 기분만 생각해서 행동하기에는 자영업자가 입을 경제적 타격 등 파생적으로 일어날 결과를 생각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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