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순자씨와 동행…시위대에 마스크 낀 채 호통
시위대 “특례법 따라 전씨 다시 판결해라”
오후 2시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피고인 신분으로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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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5·18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8시 42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부인 이순자(82)씨도 동행했다.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이날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를 했다. 시위대와 일부 유튜버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씨는 “말조심해 이놈아”라며 호통을 친 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씨의 호통에 시민들은 “뻔뻔하다”며 “처벌 받아야한다”고 촉구했다. 전씨의 자택 인근을 지나가던 시민 강모(44)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끝까지 뻔뻔하다”며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오를 부정하지 말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이날 전씨의 자택 앞에는 아침부터 경찰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모였다. 시위와 촬영을 겸한 유튜버 세 명을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쳐 차량 이동 경로를 확보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이 자리 집회 신고를 냈다”며 자택 앞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경찰에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공판은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두고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전씨의 재판은 5·18 기간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검찰과 조 신부 유족 등은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 탄흔을 두고 헬기 사격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감정한 점,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군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한 점을 토대로 ‘5·18 헬기 사격’을 새롭게 규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20여명의 직접 목격 증인이 법정에 섰고 광주 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 나온 탄약 소모 상황 등 헬기 사격 정황을 뒷받침하는 군 기록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씨 측은 헬기 사격설에 대해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목격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도로나 광주천에 탄피 등 증거도 남아 있을 텐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던 전씨는 지난 4월 법정에 출석해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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