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6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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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3차 재난지원금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과 관련해서 “외식 쿠폰을 배달앱 등 비대면 사용이 가능하도록 전환하겠다”라거나 못쓰거나 덜 쓴 예산(이ㆍ불용 예산)을 활용해 4조원을 연말에 더 투입하겠다는 발언만 했다.
회의 중에도 3차 재난지원금 얘기는 없었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김 차관은 “3차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는 (정부 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재부 입장은 홍 부총리가 아닌 김 차관이 대신 밝혔다. 그마저도 기자회견 중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김 차관은 “앞으로 국회에서 3차 재난지원금 문제에 대한 협의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일인 12월 2일 내 확정돼야 한다”며 우회적인 반대 입장만 내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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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가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국회에선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기정사실로 자리 잡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야당인 국민의힘 모두 “지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여야의 주도권 다툼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어떤 방식으로 주냐를 놓고 줄다리기도 시작했다. 여당은 본예산 증액을, 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지급 방식에 대해선 피해 계층을 타깃으로 한 선별 지급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국민 보편 지급(지난 20일 페이스북)을 주장하긴 했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583명)가 600명에 육박한다는 발표가 나오며 3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더 속도를 내게 됐다. 3차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임박한 상황이라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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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원이다. 선별 지급하더라도 3차 재난지원금은 수조원대 사업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자며 제안한 3차 재난지원금 예산 규모만 해도 3조6000억원에 이른다. 기존 예산을 일부 삭감해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년도 본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금 수입도 구멍 난 상황에서 결국 빚을 더 내서 메울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43.5%로 40% 선을 처음 돌파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 46.7%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이면 국가채무 총액도 1070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채무 비율도 50%대로 올라선다. 3차 재난지원금 편성으로 국가채무 시계는 이보다 더 빨리 돌아가게 됐다.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음 짰을 때보다 국가부채가 더 빨리, 많이 늘어날 상황이다.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그런데도 재정 당국 책임자인 홍 부총리는 입을 닫고 있다. 1차와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초기부터 반대 의견을 뚜렷이 밝혔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겨울 내내 이어진다고 본다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현 경제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며 “물론 지급 이후 재정ㆍ세금 문제가 뒤따를 수 있어 기재부가 나름의 입장을 밝혀야 하겠지만, 홍 부총리는 이미 사의 표명까지 한 터라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1차와 2차 재난지원금과 이를 위한 추경 편성 때마다 홍 부총리는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 압력에 번번이 의견을 굽혀야 했다. 주식양도소득세와 관련한 주장까지 국회에서 막히고 부동산 실책 논란까지 겹치자 지난 3일 홍 부총리는 “(청와대에)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사표를 반려하고 5일 “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공개 신임 의사를 밝히며 ‘사표 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홍 부총리의 침묵에서 알 수 있듯 여진은 여전한 상황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 예산의 타당성 평가와 재정 집행에 있어 정치적 액셀러레이터(가속기)를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게 재정 당국(기재부)”이라며 “(당ㆍ정 갈등 반복으로) 지금은 그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오히려 지금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 추세라면 내년 2월까지 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내년 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이슈 선점 목적으로 성급히 돈부터 주자고 한다”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오히려 정부가 먼저 나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는 등 정밀한 프로그램 선제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때”라며 “1차 때나 2차 때처럼 국회에 떠밀려 성급하게 한꺼번에 백만원, 몇십만원 지원하고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한 실패를 거듭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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